매끄러운 로봇 팔이 구부러지더니 끝에 달린 자석 막대로 부품을 찍어 컨베이어벨트에 올렸다. 벨트를 따라 부품이 이동하는 동안 머신비전(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검사 장비)이 부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결함이 있는 부품이 머신비전을 지나가자 옆에 달린 기기가 자동으로 그 부품을 밀어 라인 밖으로 떨어뜨렸다. 해당 라인을 나타내는 관제 화면에는 부품 오류 상황과 조치 결과가 바로바로 올라왔다.
KT가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5세대(5G) 기반 스마트팩토리 추진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스마트팩토리의 협동로봇 공정 모습이다. 실제로 KT는 이를 현재 경기 지역의 한 중소기업 제조 라인에 적용하고 있다.
KT는 이날 간담회에서 자사 스마트팩토리 상품을 올해 3분기(7∼9월)에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팩토리는 기업 전용 5G망과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협동로봇과 머신비전, 산업용 증강현실(AR) 등을 통해 공정 자동화를 혁신적으로 이뤄내는 솔루션을 말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30년 5G가 제조업 분야에서 총 15조60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공개된 협동로봇과 머신비전은 기존의 단순한 자동화 기기들과는 달랐다. 머신비전은 딥러닝(반복기계학습)을 통해 정상적인 부품의 형태를 기억해 스스로 불량품을 선별한다. 또 이들 기기엔 5G 모듈이 부착돼 5G 통신망을 통해 기업 전용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보내고 저장한다. 이날 행사에서 시연된 공정과 관제화면 정보는 모두 3.5km가량 떨어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데이터센터 기반 클라우드에서 보내온 것이다.
그간 공장의 기기들이 직원들의 안전사고를 유발했던 것도 방지가 가능해졌다. 공정 진행 중인 협동로봇 팔에 손을 부딪치자 즉각 작동을 멈췄고 관제화면엔 해당 라인에 ‘Collision(충돌)’ 표시가 떴다. 김주희 KT 5G플랫폼개발담당 차장은 “그동안 공정이 자동화됐다 해도 라인에서 뭔가 잘못되거나 라인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엔 엔지니어들이 직접 그 라인까지 가서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중앙 관제시스템만으로 즉각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산업용 AR의 경우 현장 기술자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장비를 점검할 때 본사의 책임자와 같은 증강현실 화면을 보며 실시간 소통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KT는 이미 수서고속철도(SRT) 점검 작업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KT는 향후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서 5G 시장 확대를 위해 △5G 스마트팩토리 표준화 선도 △기업 전용 5G 기반의 강력한 보안 △제조업 특화 클라우드 △원격지에서의 실시간 관제·운용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과 융합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등 5가지 사업 추진 방향을 이날 발표했다.
궁극적으로는 제조 공장의 오류 상황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게 KT 스마트팩토리의 목표다.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이용규 KT 5G플랫폼개발단장(상무)은 “자체 클라우드나 자동화 기술을 거의 갖추지 못한 중소·중견기업들이 5G 기반 혁신을 공장에 적용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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