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후이(張漢暉) 외교부 부부장은 3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달 5∼7일 러시아 방문 및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반대하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이런 음모를 꾸며 무역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적나라한 경제 테러리즘이자 경제 쇼비니즘(국수주의), 경제적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가 공식 석상에서 ‘경제 테러리즘’ ‘경제 쇼비니즘’이란 거친 말로 미국을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장 부부장은 다음 달 중-러 정상회담에서 “세계 전략안보 분야에서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고 지역안보를 강화하며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중-러의 입장 및 결심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북핵 문제도 성명에 포함되느냐’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발표를 기다리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북핵 문제도 중-러 공동 대응에 포함될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갈등은 이처럼 첨단기술 및 무역전쟁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등 국제 현안을 둘러싼 알력 싸움으로도 번지고 있다.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9일 베이징에서 쿠바 외교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남미 간 협력이 남미를 통제하려는 것이라는 (미국의) 과장 선전은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적 사유”라며 “‘먼로주의’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시대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을, 미국과 서유럽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
1823년 미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천명한 ‘먼로주의(monroe doctrine)’는 ‘미주 대륙은 미국의 영역이며 유럽 등 제3자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 3월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문제에) 먼로주의란 말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제재 타깃이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29일 미 법원에 화웨이 장비 및 서비스를 미 정부기관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의 제재가 헌법에 합치하는지 약식 판결을 요구했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화웨이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화웨이에 D램 등 부품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보복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산 희토류 수입량을 줄이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중국 상무부 가오펑(高峰)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중국의 희토류로 만들어진 제품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는 데 쓰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희토류 수출 제한을 무역전쟁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음을 다시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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