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일본출장에 반색한 日언론… “삼성에 경계심보다 분업 파트너로 여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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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경색속 우호적 분석
“5G 기술 협력은 양국 윈윈 기회… 지일파 李부회장, 관계개선 노력”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지난달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과 관련해 일본 출장길에 오른 소식을 보도하며 “삼성은 한때 처마를 빌려줬더니 (일본의) 안채를 빼앗아간 존재였지만, 이젠 지나친 경계보다는 분업의 파트너로 여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삼성이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에 이어 5G 장비와 스마트폰 등으로 일본 시장 진출을 늘리려는 가운데 일본도 상호협조를 통해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조언이다.

오지마 시마오(尾島島雄) 닛케이 부편집장은 ‘뉴스를 찌르다’라는 코너에서 “이 부회장이 아직 대법원 재판을 기다리면서도 일본을 찾은 건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5월 중순 도쿄(東京)에서 일본 1, 2위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과 만나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에 맞춰 시작될 일본의 5G 서비스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사는 “삼성이 그동안 패널 및 D램 등 부품 위주로 일본에 수출해 왔는데 최근 5G 통신설비를 비롯해 갤럭시 스마트폰 등 완제품 판매도 늘리려 한다”고 했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일본 시장에서 중국 화웨이 제품이 배제되는 가운데 갤럭시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5G 시장을 적극 공략해 ‘판 뒤집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월 도쿄 하라주쿠(原宿)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갤럭시 스마트폰 전시관인 ‘갤럭시 하라주쿠’를 열기도 했다.

기사는 이 부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과 와세다대에서 공부한 ‘지일파(知日派)’라고 소개하며 “악화되는 한일 관계 속 삼성이 일본 여론에 ‘한국 대표’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이 부회장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삼성이 일본 내에서 부정적으로 부각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일본 시장 공략에 이전보다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의 ‘변화’에 대해 일본 기업이 지나치게 견제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주요 분야에서 모조리 세계 1등에 올라선 삼성전자에 반감만 갖기보다는 실리를 택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기사는 “과거 삼성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일본 기업에 무리한 납기 요구를 하지 않도록 일본 법인에 지시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일본을 배려해 왔다”며 “이런 움직임의 배후에는 앞으로 일본 완제품 시장을 공략하려는 실리적 목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와중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까지 겪는 삼성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하기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다보고 (일본도) 충분한 대가를 얻는 것이 득책(得策)”이라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2013년만 해도 일본 재계가 나서 삼성전자와 일본 전자업체 간 기술 협력을 막을 정도로 경계가 심했다”며 “요즘도 일본 내 반한 정서는 여전하지만 적어도 경제 분야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선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재용#삼성전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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