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리하는 유해야생동물로 멧돼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라니나 청설모 등 온순하게 보이는 동물도 포함된다. 사람에 대한 공격 외에 농작물 등에 대한 피해도 감안해 유해야생동물을 지정하기 때문이다.
○ 참새 까치 비둘기도 유해야생동물
현행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야생동물은 포유류 6종, 조류 11종 등 모두 17종이다.
포유류에는 인가 주변에 출현해 사람이나 가축에게 위해를 주거나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멧돼지와 맹수류(멸종위기 야생동물은 제외), 일부 지역에 서식 밀도가 높아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 청설모, 두더지, 쥐류가 있다.
조류에는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오리류가 포함돼 있다. 단, 오리류 가운데 원앙, 황오리, 알락쇠오리, 뿔쇠오리 등은 개체 수가 많지 않은 데다 피해 범위가 넓지 않아 제외됐다.
까치는 전봇대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점을 감안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분변(糞便) 및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 부식 등의 재산상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도 포함돼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유해야생동물로 농업, 임업, 어업과 관련한 피해가 발생하면 ‘야생동물법’ 등에 따라 보상한다. 단위면적당 소득액과 피해율을 곱해 보상금을 준다. 단, 500만 원을 초과할 수는 없다. 또 관할 지자체는 급격히 늘어난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면 포획을 허가해 개체 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 가시박 등 생태계 교란 식물도 관리 대상
정부는 황소개구리나 돼지풀 등 생태계를 교란하는 생물이나 들고양이 등 야생화된 동물도 관리한다. 당장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생태계교란생물은 외국으로부터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돼 생태계의 균형에 교란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1980년대 남미에서 들여온 뉴트리아가 대표적이다. 뉴트리아는 당시 농가들이 모피용 가죽과 고기를 활용하기 위해 사육했지만 제대로 팔리지 않자 방치했다. 이후 농장에서 탈출한 뉴트리아가 야생에서 서식하면서 기존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식용으로 들여왔지만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방치한 황소개구리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나 가축에게 피해를 주고 다른 식물들이 살지 못하도록 생육을 방해하는 등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도 있다. 1980년대 남미에서 건너온 가시박이 대표적인 사례. 가시박은 제초제와 비슷한 성분을 내뿜으며 주변 식물을 말라죽게 해 ‘식물계 황소개구리’로 불린다.
현재 생태계교란생물로는 포유류 1종(뉴트리아), 양서류 파충류(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속 전 종) 2종, 어류(블루길, 큰입배스) 2종 등 총 21종이 지정돼 있다. 환경부 산하 유역환경청이나 지방환경청은 생태계교란생물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방제(防除)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야생화된 동물은 버려지거나 달아난 가축 또는 애완동물로 인해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지정한다. 들고양이가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필요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포획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한다.
정부는 국내에 들어올 경우 생태계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외래 생물도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현재 디어마우스 등 포유류 10종, 하우스 스패로 등 조류 5종을 포함해 총 128종이 지정돼 있다. 이들 생물은 원칙적으로 수입이 금지돼 있다. 다만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생태원에서 ‘생태계 위해성 심사’를 거쳐 환경부 장관 승인을 받으면 반입이 가능하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반입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들여온 생물은 몰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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