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도교육청 공무원 11명은 지난해 5월 6박 8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연수를 떠났다. 선진국의 재무회계업무 우수 사례 연구가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연수 도중 연구를 위해 방문한 기관은 학교, 도서관 등 세 곳뿐이었다. 나머지 일정은 호주 블루마운틴, 뉴질랜드 마오리 민속촌 등이었다.
전국의 대다수 교육청이 교사와 직원들의 해외연수를 목적에 맞지 않게 부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함께 지난해 17개 시도교육청이 진행한 ‘국외공무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인사혁신처가 권고하는 1일 1기관 방문을 준수하지 않거나 연수 목적과 관계없는 도시들을 장시간 이동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A교육청이 지난해 2월 실시한 ‘2018 진로진학지도 선행사례 분석 국외연수’는 9박 10일간 뉴질랜드 남섬에서 출발해 북섬에 있는 오클랜드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당시 방문한 관계기관은 다섯 곳이었지만, 방문지 중에는 유명 관광지인 피오들랜드 국립공원 등이 포함됐다.
일부 연수 결과 보고서에는 표절도 있었다. B교육청이 지난해 5월 진행한 ‘미래역량 중심의 국외 테마연수: 선진적인 데이터 관리 모델 탐방’의 결과 보고서에는 기존 논문과 기사의 문장들이 그대로 사용된 흔적이 드러났다.
시도교육청의 국외공무출장이 허술하게 관리된 이유는 예산 승인 등 진행 과정 전반을 교육청이 스스로 관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중앙 부처 주관이 아니라 교사들이 직접 해외기관을 섭외하는 경우에는 현지 협조가 잘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연수의 취지와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도록 기관 섭외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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