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년연장 본격 논의 착수… 65세 인구 내년부터 年48만명 늘어
KDI “급속한 고령화로 2050년엔 인구 36% 취업자가 생산 책임져야”
법적 연장보다 기업에 인센티브, 자발적 고령자 고용 확충 유도
정부가 정년 연장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출산율 제고 노력만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근로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2일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감하면서 노인부양비율도 빠르게 늘어난다. 중립적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할 때 15∼64세 인구는 내년에 23만2000명 줄어들고 이후 2029년까지 연평균 32만5000명씩 감소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 인구로 본격 진입하면서 65세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나지만 0∼14세 유소년 인구는 13만5000명씩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민관 연구기관들 사이에선 지금의 정년퇴직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령화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2050년에는 인구의 36%에 불과한 취업자가 전체 인구가 소비할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담당해야 한다”며 “정년제를 전면 개선하고 임시·일용직 위주의 고령 노동자 시장을 질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장 정년이 연장되면 노년부양비 증가 속도가 늦춰져 미래세대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으로는 일하는 인구 100명이 고령인구 20.4명을 부양해야 하지만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이 노년부양비에 다다르는 시점이 2028년으로 9년 미뤄진다.
해외 각국도 정년을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2013년 도입된 고령자 고용안정개정법에 따라 근로자가 55세가 되면 같은 임금으로 60세까지 일하거나 낮은 임금으로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시한다. 미국은 1986년 정년을 없앴고 영국도 2011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년을 폐지했다.
다만 이들 나라는 고용시장이 경직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기업이 이유를 불문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영국도 성과주의 임금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고령자 고용이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반면 고용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은 정년 연장 이슈가 생길 때마다 극심한 사회 갈등을 겪었다. 한국은 2013년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이를 2017년까지 전 사업장에 순차 적용했다. 당시 정년이 늘어나자 상당수 기업이 그 반대급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이에 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노사 관계가 악화됐다.
정년 연장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청년층의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특히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가 강한 업종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고용유연성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기업의 신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0, 30대와 60대의 신체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때문에 근로자의 생산성에도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당장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일단 만 60세를 초과한 근로자를 그대로 고용하는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에 장려금이나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는 “현 시점에서는 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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