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규명-배상 담보물 확보 차원
크루즈선 추돌후 후진 ‘뺑소니’ 의혹, 3일 잠수 재시도… 이르면 6일 인양
외교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던 ‘허블레아니’호를 침몰시킨 가해 선박 ‘바이킹 시긴’ 크루즈의 가압류를 헝가리 당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헝가리 당국에 요청할 것을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에 지시했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2일 “사고 원인 규명과 배상을 위해 담보물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고가 발생한 주재국에 가압류를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배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취한 첫 조치로 피해자 가족 대신 정부가 직접 민사상 배상을 염두에 둔 가압류 요청 주체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유람선 침몰 닷새 째를 맞은 2일까지 실종자 수색은 진전이 없었다. 한국·헝가리 합동 구조·수색팀은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3일 오전 협의를 거쳐 잠수부와 수중 드론 투입 등을 결정하고 이르면 6일부터 선체 인양에 들어간다.
송순근 정부합동신속대응팀 구조대장은 이날 “헝가리 측이 수중 수색 대신 인양 작업을 먼저 시작하자고 요구했으나 인양 과정에서 유해가 유실될 우려가 있어 안 된다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헝가리는 수색을 먼저 한다는 데 동의했다.
1일 허블레아니호의 충돌 당시 영상도 추가 공개됐다. 유람선 연합체 ‘크루즈 얼라이언스’가 공개한 7분 22초짜리 영상에는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와 부딪쳐 지나간 뒤 다시 후진해서 20초 정도 멈췄다가 다시 전진한 뒤 화면에서 사라졌다. 추돌부터 화면에서 사라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분 50초였다. 일정 기간 정지했기 때문에 바이킹 시긴호가 추돌 사고를 모르고 그대로 지나쳤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바이킹 시긴호은 느린 속도로 45분을 더 항해한 뒤 북쪽 부두에 정박했다.
이 때문에 바이킹 시긴호가 사고를 알고도 구조에 나서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현지 매체 오리고는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추월하다 사고가 났고 2분 30초 동안 무전으로 추월 정보를 전달할 시간이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바이킹 시긴호 선장 유리 C(64)는 1일 부주의 및 업무 태만으로 인명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됐다. 선장의 변호사인 토트 벌라주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직후 동아일보와 만나 “선장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워낙 날씨가 안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 선장 가운데) 누가 잘못했는지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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