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의 신혜성 대표(40)는 2012년 창업하기 전까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현대자동차, 동부증권, 산업은행 등 제조업과 금융업을 거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자금을 수혈하는 ‘미래 금융’에 눈을 떴다. 때마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연결이라는 트렌드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온라인에서 대중 투자자와 창업자를 중개하는 국내 첫 크라우드 펀딩의 탄생이다.
“은행에서 겪은 금융위기와 전통 제조업의 퇴조를 보면서 이제 대기업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겠구나. 대기업이 주도해온 경제를 대체할 스타트업과 새 아이디어가 밀려들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지난달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스타트업 수가 늘어나면서 스타트업 투자도 함께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와디즈의 연간 펀딩 액수는 2016년 106억 원, 2017년 282억 원, 지난해 601억 원으로 해마다 갑절로 불어나고 있다.
신 대표는 ‘막연한 스타트업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비트코인이 잘된다’는 얘기만 듣고 모르는 영역에 덥석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자신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영역에서 가장 잘 팔릴 것 같은 사업을 탐색하고, 또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른바 좋아하는 일(덕질)을 즐기면서 투자를 하는 ‘덕투’ 권장이다. 국내에서 개봉된 일본 애니매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370만 관객)을 세운 ‘너의 이름은.’(2017년)의 배급사 ‘미디어캐슬’이 대표 사례다. 미디어캐슬은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를 모았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연 80%의 수익을 얻었다.
투자를 하다 아예 스타트업 멤버로 조인한 경우도 적지 않다. 신 대표는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창업자와 많이 소통하면서 사업을 키우는 ‘창업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정착하면 모두가 꼭 창업할 필요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 정보기술(IT) 관련 스타트업은 평소 회계 조언을 해준 투자자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성공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는 ‘스토리텔링’에 강해야 한다고도 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와디즈에서 역대 최고 펀딩액(20억 원)을 기록한 ‘20만 원대 노트북’이 그 사례다. 이 노트북을 제작한 스타트업은 “쓰지도 않을 고가 브랜드의 고사양을 버리고 실속 있는 노트북을 20만 원에”라는 아이디어로 투자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스타트업에 ‘문송’(문과라서 죄송)은 없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잘 전달하고 투자 동참을 이끌어내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창업자들에게 항상 들려주는 말이 있다고 한다. 6년 전 ‘동아비즈니스포럼’ 강사로 나온 신시아 몽고메리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들려준 말이다. “‘우리 회사가 없어졌을 때 슬퍼할 고객이 있을까’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신 대표는 “‘무엇이 좋은지’(필 굿·feel good)보다 ‘무엇이 옳은지’(필 라이트·feel right)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더 많은 고객을 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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