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치킨집만 8만7000개로, 새로 창업하는 곳보다 폐업하는 곳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그룹은 어제 ‘자영업 분석 보고서’를 내고 매년 8000개의 치킨집이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경쟁이 심해지고 매출이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경영 여건이 나빠짐에 따라 지난해에는 치킨집 6200개가 창업한 데 반해 폐업은 8400개나 됐다.
치킨집의 상황은 한국 자영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내 자영업 종사자는 약 570만 명으로 국내 근로자 가운데 25.4%나 된다. 미국(6%) 독일(10%) 일본(10%)의 3∼4배다. 자영업 중에서도 70% 이상이 도소매 숙박업 같은 저부가가치 사업에 몰려 있으며 평균 소득도 일반 근로자보다 낮다.
최근 청년들의 창업이 늘긴 했지만 치킨집 같은 자영업 창업이 많은 것은 직장에서 퇴직한 중장년층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은 길어지는데 50대 초반에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전문적인 창업을 하기보다 손쉬운 음식점이나 편의점을 차린다. 오죽하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은 새 매장을 내려면 허가에만 1∼2년 걸리는데 우리나라는 식당을 너무 쉽게 낼 수 있다 보니 준비 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했을까. 이러니 창업자의 80%가 5년 안에 문을 닫고, 지나친 경쟁으로 다른 자영업자들도 힘겨운 악순환이 계속된다.
정부는 청와대에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고 지난해 말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내놨다. 자영업자들에게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주고 전용 상품권 발행, 4대 보험 가입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과당경쟁’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 은퇴자들이 ‘묻지 마 창업’에 내몰리지 않고 전문지식이나 특기를 살린 창업이나 재취업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은퇴자나 자영업자들의 사회안전망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또한 취업 및 창업 컨설팅과 교육을 혁신해 효과를 높여야만 자영업이 ‘은퇴자들의 무덤’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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