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미래연합사령부도 평택 미군기지에 두기로 했다. 당초 한미는 미래연합사를 서울 용산 국방부 영내에 두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그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그런데 1년 만에 갑작스럽게 이를 뒤집은 것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부임하자마자 주한미군의 분산 근무로 인한 비효율성 등을 이유로 평택 이전을 주장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국방부는 “이러한 조치가 연합사의 작전 효율성과 연합방위태세를 향상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이라는 안보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와 맞물려 전격 수정된 한미 연합지휘본부의 주둔 장소 변경은 유사시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한다.
한미 군사동맹 심장부의 평택 이전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서울에는 국방부·합참, 평택에는 한미연합사로 이원화돼 한미 국방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 분초를 다투는 유사시에 한미 간 효율적인 지휘 및 소통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어제 양국은 한국군 대장이 맡기로 돼 있는 미래연합사령관을 합참의장과 별개로 임명키로 합의했는데 이 역시 유사시 지휘체계의 효율성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어제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작업과 관련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고 이르면 2022년 전작권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미래연합사를 미군기지 안에 두기로 한 것은 타국의 지휘를 받은 적 없는 미군이 전작권 전환 이후 지휘체계에 대한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이완이나 연합방위태세의 약화의 신호로 해석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긴밀히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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