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그제까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예산안·결의안 등의 본회의 처리율이 29.2%로 나타났다. 접수된 의안 2만939건 가운데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법안이 1만4820건에 달한 것이다. 아직 회기는 1년 정도 남아 있지만 이 같은 의안 처리율은 역대 통틀어 가장 일을 안 한 국회로 꼽히는 19대(42.8%)와 비교해도 저조한 것이다.
20대 국회 4년 차인 올해는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도 못했다.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가 열린 것은 3월 임시국회가 유일했다. 1월과 4월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로 끝났고, 2월과 5월엔 임시국회 소집조차 없었다. 국회법은 국회의 연중 상시 운영을 위해 ‘2월, 4월 및 6월 1일과 8월 16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 소집은 감감무소식이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국회법조차 내팽개치는 상황에서 다른 법안 처리가 제대로 되겠는가. 이 때문인지 올 상반기 국회에 접수된 안건 중 본회의에서 처리된 비율은 15.9%에 그쳤다.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한 달 넘게 잠자고 있는데 추경안을 심사할 국회 예결위원들의 임기는 지난달 29일로 종료됐다. 이러니 국회의원들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올 만하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원내교섭단체 3당 대표회담이 지지부진한 것은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때문이다. 정쟁이 계속되다 보니 여야 모두 협상파보다는 강경파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제1야당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고,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야당을 상대로 백기 투항하라고 압박만 한다면 협상이 되겠는가.
자유한국당에선 “(구조)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는 민경욱 대변인 발언과,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나은 면도 있다”는 정용기 정책위의장 발언 등 설화가 잇따르고 있다. 여권을 공격할 수만 있으면 어떤 표현이든 서슴지 않는 막말정치, 그리고 대안 제시 없이 국회를 거부하며 민생법안을 방기하는 한국당의 태도는 국회 정상화 협상을 어렵게 하고,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여야 모두 지고도 이기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국회 파행의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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