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 미국의 구글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거래를 끊기로 했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지역 기업들까지도 영향을 받게 됐다는 기사를 봤어요. 왜 그런 건가요?
A.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만들 때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인텔의 반도체 부품이 필요한 화웨이에는 큰 타격입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반격에 나섰습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원료인 희토류의 수출을 중단하는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희토류 주요 공급 국가인 중국이 미국으로의 수출을 중단하면 인텔이나 퀄컴 등 미국의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원재료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두 나라 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 유럽 등 다른 지역의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화웨이와 경쟁하는 기업은 반사이익을 얻겠지만 협력업체들은 제품 생산 지연에 따른 손해를 입게 됩니다.
오늘날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는 여러 나라를 거쳐 만들어집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인 가치사슬(value chain)은 연구개발과 디자인, 부품의 생산 및 조달, 가공 및 제조, 마케팅, 판매 후 관리 및 서비스를 포함합니다. 모든 가치사슬 활동이 한 국가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분업화되어 일어나는 현상을 글로벌 가치사슬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기업인 애플은 글로벌 가치사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뒷면을 보면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이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제조됐음)’라고 쓰여 있습니다. 미국 애플 본사에서는 디자인과 연구개발을 주로 합니다. 나머지 주요 부품인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메모리칩 등은 한국과 일본, 대만의 협력사로부터 받고, 이 부품들은 중국에서 조립해 완성품으로 수출합니다.
중국에서 아이폰 생산이 마무리돼 수출되기 때문에 단순 금액을 기준으로 한 통계로는 중국의 수출금액으로 대부분 잡힙니다. 하지만 실제 아이폰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기여한 부가가치는 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영국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계산에 따르면 2016년 아이폰7의 제조원가는 237달러로 이 중 중국 기업이 배터리 공급을 포함한 조립 과정에서 얻은 이익은 원가의 3.6%인 8달러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품 개발과 판매 등을 한 미국과 일본 기업이 아이폰 한 대당 각각 68달러, 주요 부품을 공급한 대만 기업이 48달러, 한국 기업이 17달러 정도 이익을 가져갔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요? 글로벌 가치사슬 단계별 활동에 따른 부가가치는 U자 모양을 띠고 있어서 ‘스마일 곡선’이라고도 불립니다. 제품생산 이전 단계인 연구개발 또는 디자인 활동과 판매 이후 단계인 서비스 활동에서 얻는 부가가치가 중간 단계인 제품생산 활동에서 얻게 되는 부가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서 U자형을 나타냅니다. 아이폰에서도 생산단계의 앞과 뒤에 위치하는 연구개발 및 서비스를 담당한 미국이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얻고 제품의 가공 및 조립을 담당하는 중국은 가치사슬의 중간 단계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국제 교역이 국가 경제의 큰 부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가치사슬 안에서 경쟁력 있는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격과 기술 우위를 앞세운 제품 생산 활동에만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활발한 연구개발을 통해 금융과 교육, 의료 서비스 등을 제품과 융합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cification)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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