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思一言” 경고도 안먹힌 ‘거친 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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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한국당 대표 당부에도 한선교, 바닥앉은 기자에 “걸레질”
정용기-민경욱 이어 또 막말 논란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동아일보 DB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동아일보 DB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소속당 의원들의 ‘막말 릴레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3일 복도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보고 “아주 그냥 걸레질을 하는구나, 걸레질을…”라고 말해 다시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황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한 총장을 포함한 참석자들에게 “여권의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언행에 똑같이 응수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상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 심사일언(深思一言), 즉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는 사자성어처럼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한 뒤 “저도 제 발언이 당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염려에 항상 삼사일언(三思一言), 즉 세 번 생각하고 한 가지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런 당부는 황 대표가 회의실을 나오자마자 무색해졌다.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질의응답을 하며 곧바로 노트북으로 받아 적기 위해 바닥에 앉은 상태에서 몸을 당겨 앉는 것을 본 한 총장이 이를 “걸레질”이라고 표현한 것.

비판이 커지자 한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기자들의 취재 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최고위원회의 후 회의장 안에서 취재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등 열악한 취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황 대표는 이전에도 각종 실언에 거듭 경고하고 유감을 표명해왔다. 지난달 31일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의원연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교해 논란이 된 직후에는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불과 세 시간쯤 뒤 민경욱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헝가리 참사와 관련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써 다시 논란을 낳았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금요일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려고 하는 세력에게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있다”며 사흘 만에 유감을 표했지만, 명확하게 사과하지는 않았다.

황 대표가 단순한 경고 조치로는 당내의 ‘거친 혀’들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오른 뒤부터 일반 국민들보다는 열성 지지자들을 향한 과격한 발언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당들은 일제히 한국당을 비난했다. 민주당 서재헌 상근부대변인은 “한 총장은 묵언수행부터 실천해라”라고 했고,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고치기 힘든 습관성 고질병”이라고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막말#황교안 대표#삼사일언#한선교#기자 걸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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