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동시파업
공사 지연땐 원가 오르고 품질 저하… “2016년 한달 파업에 1조원 손실”
건설사들 “대체인력 20%도 못구해”
노조는 “물리력 행사할 것” 압박, 정부 “노사가 해결할 문제” 뒷짐
양대 노총의 타워크레인 동시 파업으로 건설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건설사마다 예고된 파업에 대비해 대체 인력 확보 등 대안을 찾고 있지만 현장 수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주요 건설사 관계자들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침체되는 국내 건설 경기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타워크레인은 아파트나 고층 건축물의 뼈대를 만드는 골조 공사의 필수 장비다.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면 거의 모든 공사 현장이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공기(工期) 지연으로 공사비 증가,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아파트 입주 지연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016년 한 달에 걸친 타워크레인 파업 때 건설 현장의 피해 규모가 1조 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건설사 측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체 인력을 찾아봤는데 필요한 현장 수요의 20%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체 인력을 구하려고 해도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대체 인력을 투입하면 물리력을 쓸 것”이라는 공문을 건설사들에 보냈다. 해당 건설사 현장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위협이다.
B건설사는 이사할 때 쓰는 사다리차처럼 이동이 가능한 이동식 크레인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높이가 낮은 데다 타워크레인만큼 많은 하중을 감당하지 못해 대체에 한계가 있다. 또 다른 건설사 측은 “파업 기간에 저층 공사만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사들은 이번 파업에 대해 “건설사가 볼모로 잡혔다”는 반응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양대 노총과 협상하는 당사자가 아닌데 피해는 늘 건설 현장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보는 상황”이라며 “공기가 늘어나면서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는데도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사 협상 당사자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가입한 노조와 사용자 측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이다.
양대 노총은 타워크레인 2500대가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1500∼2000대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국 현장에서 가동되는 타워크레인 수가 3000여 대인데, 이번 파업과 관계없는 소형 타워크레인(1000여 대)과 비(非)노조 및 파업 미참여 타워크레인 기사 수를 감안하면 이 정도 참여율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가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B건설사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을 쓰는 우리 현장이 40여 곳인데 4일부터 모두 가동을 멈출 것”이라며 “당장 고층 위주의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3일 양대 노총 관계자와 협의를 하고 6월 말까지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요구한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요구에는 여전히 “노사가 협의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두 해 묵은 문제가 아닌 상황이라 파업 장기화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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