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中업체 부산 투자에 큰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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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산강철, 스테인리스 공장 추진
업계 “저가공세로 한국 고사위기… 우회수출처 지목땐 美제재 우려”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인 중국 철강업체 칭산강철 그룹이 부산에 대규모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지으려 하자 국내 철강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한국 스테인리스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데다, 미중 무역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와중에 한국이 우회수출처로 지목되면 덩달아 추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부산시는 칭산강철 부산 공장 투자 검토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칭산강철은 지난달 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최근 칭산강철이 글로벌 무역규제로 인해 열연 제품 판매처가 막히자 판로를 찾기 위해 냉연공장에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냉연은 열연 제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한국에 냉연공장을 세우면 열연 판매처가 생긴다. 지난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데다 최근 칭산강철 인도네시아 법인의 열연 제품이 중국 정부로부터 반덤핑 조치를 받아 열연 판로가 대폭 줄어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에 공장을 만들면 향후 한국산으로 미국 및 유럽에 수출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제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도 한국에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칭산강철의 한국 공장 설립이 현실화되면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업계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철강협회는 성명서에서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업계에 칭산강철이 자사의 저가 열연을 쓰고 외투기업 세제 혜택을 받아 냉연 제품을 대량 판매하면 국내 수요 전체를 잠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 및 인도네시아산 소재를 가공한 냉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되면 한국은 우회수출처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미국에 무역 제재 확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노동조합도 3일 성명서를 내고 “중국 칭산강철의 국내 진출을 결사 반대한다”며 “대한민국 스테인리스 산업을 고사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포항 경제를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철강업계#칭산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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