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지난주 베이징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관심사인 제재 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도 미국 설득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중 무역 갈등과 관련해선 “한국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최대한 우여곡절을 피해야 한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까지 언급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에 한국이 동참한다면 보복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미중 관계의 종속변수로 삼아 대북제재 이행 수위를 상황에 따라 조절해왔다, 2017년 하반기에는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모처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체제가 제대로 가동됐다. 그 결과 궁지에 몰린 북한은 작년 초 비핵화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은 다시 대북제재 공조 전선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최근 부쩍 대북제재 완화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 문제를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주말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적절한 시점에 유엔 안보리 결의의 가역적 조항을 가동해야 한다”며 대북제재를 풀어주자고 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북한의 합리적 우려에 응답하기를 희망한다”며 공개적으로 북한 편에 서서 미국을 압박했다.
2·28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긴장까지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이 대북제재의 빗장을 열어버린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사라지고 만다. 그 결과는 동북아의 평화 붕괴일 뿐이다. 너도나도 군비경쟁에 나서면서 핵무장 도미노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에 따른 불안정은 고스란히 중국에 되돌아갈 몫이기도 하다. 지금은 중국이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재촉해야지, 한미 압박을 위해 북한을 거들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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