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4일 내놓은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은 8월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도입을 앞두고 현실화한 대학가의 대규모 강사 해고 사태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책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현실성도, 지속 가능성도 없는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4월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전국 196개 대학의 강좌 수는 30만5353개로 전년보다 6655개가 줄었다. 일부 강사의 처우가 개선된 만큼 나머지 강사들은 일자리를 잃고, 학생들은 질 낮은 수업을 받게 된 셈이다.
○ 교육부 “강사 자르면 돈 못 줘”
이번 대책에서 교육부는 강사 고용을 줄이는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다. 등록금 11년 동결에 학생 수 급감이 이어지며 정부의 재정 지원만이 살길인 대학이 태반인 상황에서 재정지원 사업 불이익은 대학에 가장 강력한 ‘압박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2학기 강의 개설 및 교원 수급 계획이 수립되는 6월 초부터 각 대학의 강사 고용 현황을 조사할 것”이라며 “강의 규모, 총 강좌 수, 강사 담당학점 등을 지난해와 비교 평가해 재정 지원에 페널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과 직결돼 각 대학의 생사를 가르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에 ‘강의 규모 적절성’ 지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총 8594억 원 규모의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2000억 원 상당의 ‘두뇌한국(BK)21’ 사업에도 강사들의 고용안정 지표를 반영할 계획이다. BK21사업 예산은 대부분 대학원생 장학금으로 쓰이다 보니 해당 사업을 따지 못한 대학은 대학원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강좌를 많이 줄이거나 강사를 대량 해고한 대학에는 288억 원의 시간강사 인건비 지원도 차이를 두는 식으로 불이익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 대학들 “초빙교원도 공채로 뽑으라니 황당”
그간 혼란 속에 교육부의 구체적인 강사법 운영 매뉴얼 발표를 기다려온 대학들은 4일 충격과 당혹감을 토로했다. 수도권 A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의 재정은 해마다 나빠지는데 어떻게 고용수준도 높이고 숫자도 유지하라는 거냐”라며 “아무리 정부가 재정 지원 페널티를 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강사 유지로 인한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B대학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교육의 질을 높이라며 모든 평가에 전임교원 확보율을 반영하더니 이제는 또 강사 비율을 평가한다니 황당하다”며 “신진 학자도 할당제로 뽑으라는데 과연 어느 수준까지 뽑아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이날 대학들은 교육부 발표안에 포함된 ‘겸임·초빙교원도 공개 채용하라’는 내용에 큰 당혹감을 나타냈다.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그간 공개 채용해야 하는 ‘비전임 교원’의 정의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는데 겸임·초빙을 포함해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교육학과 단기 강의를 할 교장 선생님, 건축학과 실무를 가르칠 건축사무소 대표 등은 모두 ‘모셔 와야’하는 분들인데 이런 분들을 어떻게 공개 채용하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대학은 “2학기 겸임·초빙교수 수백 명을 섭외한 상태인데 지금 다 전화해서 취소한다고 말해야 할 상황”이라며 “9월 학기 개강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미칠 지경”이라고 애로를 토로했다.
○ 해고 강사에 국고 지원·땜질식 일자리 논란
해고된 강사들을 국고와 땜질식 일자리로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일단 올해 국고로 지원하는 280억 원 규모의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을 통해 해고 강사들을 우선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강사를 포함한 연구인력 총 2000명에게 1인당 1400만 원이 돌아갈 예정이다. 또 해고 강사들을 ‘지역사회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나 ‘고교학점제 프로그램’과 연계해 강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평생학습 프로그램에는 이미 고용된 강사들이 있고, 고교학점제는 전면 시행까지 5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사법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전직 시간강사 김모 씨(35)는 “평생교육기관에서 일하자고 박사까지 했겠느냐”며 “경력 개발이나 임금 측면에서도 ‘대체재’가 될 수 없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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