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역주행… 40대男-세살 아들 숨지고 예비신부도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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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약 끊어 위험” 실종 신고
고속道 IC서 방향돌려 달리다 충돌… 결혼 18일 앞둔 상대차 운전자 사망

4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면에서 조현병을 앓는 40대 남성이 몰던 역주행 차량에 들이받힌 피해 
차량의 앞부분이 처참하게 부서져 있다. 작은 사진 원 안은 사고 직전 역주행하는 가해 차량 모습. 공주소방서·독자 제공
4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면에서 조현병을 앓는 40대 남성이 몰던 역주행 차량에 들이받힌 피해 차량의 앞부분이 처참하게 부서져 있다. 작은 사진 원 안은 사고 직전 역주행하는 가해 차량 모습. 공주소방서·독자 제공
정신질환을 앓는 40대 남성이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차량을 들이받아 자신과 세 살 된 아들, 그리고 결혼을 18일 앞둔 상대 차량 여성 운전자 등 3명이 숨졌다.

4일 오전 7시 34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면 65.5km 지점에서 역주행하던 소형 라보 화물차가 포르테 승용차를 정면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라보 운전자 박모 씨(40)와 그의 아들(3), 포르테 운전자 최모 씨(29·여)가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반경 아들을 라보에 태우고 경남 양산시 자신의 집을 나온 박 씨는 남양산 나들목을 통해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대전 부근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당진 방향으로 달리던 라보는 오전 7시 15분경 충남 예산군 신양 나들목을 앞두고 갑자기 유턴해 대전 방향으로 역주행했다.

이즈음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가 잇달아 들어와 경찰이 순찰차를 현장으로 출동시켰지만 중앙분리대에 바짝 붙어 19km가량 역주행하던 라보는 최 씨 승용차와 충돌했다.

경찰 조사 결과 몇 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던 박 씨는 이날 오전 2시경까지 집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 양육과 조현병 치료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잠이 든 박 씨 아내는 오전 7시경 깨어나 남편과 아들, 차량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7시 26분 “조현병에 걸린 남편이 최근 약을 먹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며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박 씨는 올 들어 증세가 호전되자 3월부터 복용하던 약을 끊었고 최근 증세가 다시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다음 달 10일 도로교통공단 부산북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열리는 운전적성판정위원회에 출석해 운전적합 여부를 판정받을 예정이었다. 조현병 등을 앓는 운전자는 보건소 등이 그 사실을 도로교통공단에 알리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된다.

숨진 최 씨는 22일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예비 신부인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 씨의 승용차에서는 청첩장이 많이 발견됐다. 충남 청양군의 한 회사 연구원으로 주소지가 부산인 최 씨는 전날 경남 밀양시에서 결혼할 사람과 만난 뒤 4일 오전 일찍 출근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지명훈 mhjee@donga.com / 양산=강정훈 기자
#조현병 역주행#정신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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