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유람선 참사]“한국인들 아픔 달래주고 싶다”
헝가리 시민 즉흥 합창단 제안… 500여명 사고현장서 눈시울 붉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로 한국 전통 민요인 아리랑이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이날은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째로 이곳은 사고가 발생한 지점 바로 위다.
다리 위를 가득 메운 이들은 대부분 헝가리인이었다. 예상 참석 인원을 500명으로 신고했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헝가리 시민들은 로마자로 가사가 적힌 악보를 들고 서툰 발음으로 아리랑을 불렀다. 일부 사람들은 감정이 북받친 듯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몸을 난간에 기댄 채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도 보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시민들이 던진 꽃으로 강에는 꽃비가 내리기도 했다.
아리랑 추모행사는 헝가리인이 기획했다. 헝가리 시민 즉흥 합창단 ‘칙세르더’가 주축이 됐다.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행사 내용이 올라왔고 500여 명이 참석하겠다고 미리 의사를 밝혔다. 헝가리인은 참사 직후부터 꾸준히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고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머르기트 다리 위에는 추모의 촛불과 꽃이 놓이기 시작했다. 태극기를 꽂아 두거나 편지를 남기는 사람들도 생겼다. 1일에는 머르기트 다리에 검은 조기가 게양됐다.
주최 측 치즈머디어 타마스 씨(50)는 “한국인의 아픔을 달래줄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전통 노래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유하스 에바 씨(54·여)는 추모의 의미로 하얀색 꽃을 손에 들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던 유하스 씨의 눈가는 붉게 충혈됐다. 유하스 씨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서 한국에 대해 알게 됐다.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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