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 박모 씨(54)는 4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전날 오후부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가 동시 파업에 들어가면서 일감이 끊겼기 때문이다. 박 씨가 일하는 현장에서는 100여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이날 일하지 못했다. 이 현장에서 일하는 목수 등 기능공의 일당은 22만 원, 잡부 일당은 12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박 씨처럼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으로 일당을 손에 쥐지 못한 근로자들이 많았다.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은 고층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골조 작업을 할 때 철근 등의 자재를 옮기는 역할을 한다. 자재를 운반해야 할 타워크레인이 멈춰 버리면 골조 작업 인부들의 일감도 끊긴다. 또 골조 작업 이후의 공정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외벽 공사 등에 투입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거리도 영향을 받는다. 박 씨 같은 건설 현장 근로자들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자신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데 애꿎은 일용직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하는 일용직 근로자 정모 씨(57)는 “당장 오늘은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올려놓은 거푸집으로 작업하고 있는데 내일은 일감이 없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골조 작업을 하는 장모 씨(62)는 4일 오전 작업량을 끝낸 후 오후엔 일감이 없어 귀가했다. 장 씨는 “오늘 일당의 반만 받고 들어가는 것도 아쉬운데 내일부터는 일감이 아예 없을지도 몰라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 공사 현장 관계자는 “현장 인력이 450명쯤 되는데 이 중 골조 작업과 외벽 공사 등에 투입되는 100여 명이 타워크레인 파업 때문에 오늘 오후부터는 일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1500여 명이 일하는 서울의 한 주상복합개발사업 공사 현장에서도 전체 인력의 10%가량인 150여 명이 일감이 없어 집으로 돌아갔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관계자는 “구조물이 웬만큼 높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타워크레인을 대체할 장비가 없어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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