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아파트 건설현장 내 대형 타워크레인 8대는 모두 멈춰 있었다. 인부들이 한창 작업할 시간이었지만 공사장 내부는 조용했다. 이날 급하게 투입된 이동식 크레인 1대만 움직였다. 정문 쪽 크레인에는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폐기’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기사들이 크레인 6대를 점거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700명이 일하던 현장에 이날은 100명만 출근했다. 현장 관계자는 “양쪽 노조 소속 철근공, 목수 등도 파업에 참가해 현장에 나오지 않는 바람에 비노조 크레인 2대마저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노총과 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조합원들이 동시 파업을 시작한 4일 전국의 건설 현장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가동 중인 타워크레인 3565대 가운데 1600여 대(경찰 추산)가 노조의 점거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사옥 공사 현장 구석에는 미처 올리지 못한 철골조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타워크레인 2대가 멈춰서며 인부 30여 명도 일손을 놓았다. 이곳 현장관리팀장은 “일은 해야 하니까 돈을 들여 이동식 크레인을 불러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식 크레인은 작업반경이 좁고 견딜 수 있는 하중도 작아 타워크레인보다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 1대당 하루 대여비도 80만∼100만 원에 이른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힐스테이트신촌’ 아파트 공사 현장도 대형 타워크레인 6대가 멈췄다. 현장 관계자는 “파업이 계속되면 내년 7월로 예정된 입주 일정이 밀릴 게 뻔하다. 입주 지연에 따른 불만이 폭주할 것”이라며 걱정했다.
안전 우려도 컸다. 영등포구의 한 건설 현장 공무팀장인 정모 씨는 “(파업으로 일정이 밀린 뒤) 적정 기간에 맞추려 빨리 일하다 보면 안전과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비상대책반을 꾸렸지만 뾰족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노조가 임금 인상과 함께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건 소형 타워크레인 금지 조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미 소형 타워크레인이 많이 보급됐고 종사자 수가 많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정부가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를 방치하고 있다.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혀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타워크레인 노조의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요구와 관련해 노조가 자초한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이 활발해진 것은 2016년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이후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그해 임금 19.8% 인상을 요구하면서 30일 넘게 파업을 진행했다. 2015년 271대에 불과했던 국내 소형 타워크레인 수는 파업이 벌어진 2016년 1332대로 1년 새 1000대 이상 증가했다. 타워크레인 업체 관계자는 “노조 파업으로 인한 공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비노조 조종사가 많은 소형 타워크레인 이용이 크게 늘었다”며 “이제 와서 사용하지 말라는 건 경영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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