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코리안 파워]추신수, 빅리그 亞선수 첫 200홈런
팀훈련 3시간반前 나와 개인연습, 15년차 최고참 된 지금도 꼭 지켜
日 마쓰이-이치로도 못친 200홈런… 37세 나이 무색한 전성기급 활약
‘절박함’과 그 절박함을 잊지 않은 ‘꾸준함’.
5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200홈런의 신화를 쌓아 올린 추신수(37·텍사스)는 7년 1억1300만 달러(약 1533억 원)의 몸값을 받는다. 그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은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2001년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가 택한 방법은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야구장에 가장 먼저 나가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게 그중 하나였다.
눈물 젖은 빵을 씹던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에 처음 올라온 2005년. 안방경기가 오후 7시에 시작할 때도 그는 오전 11시 반이면 구장에 나왔다. 합동 훈련이 시작되는 오후 3시 전까지 그는 개인 훈련을 하며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
어느덧 빅리그 15년 차로 팀 내 최고참이 된 요즘도 그의 출근 시간은 여전히 오전 11시 반이다. 해마다 2월에 열리는 스프링캠프에서는 더 일찍 나왔다. 이때는 오전 9시에 공식 일정이 시작되지만 선수들은 오전 7시 정도에 나온다. 추신수는 오전 4시 반에 나왔다. 구장 관리인은 처음엔 “제발 좀 늦게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가 나중에는 아예 라커룸 열쇠를 맡겨 버렸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신임 감독이 최고참 추신수에게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없겠느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전체 훈련시간을 늦춰 여유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 했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늘 해오던 일을 바꿀 수 없다며 여전히 새벽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 선수로서 크다고는 할 수 없는 키 180cm의 그는 평소 이렇게 말했다. “캠프에 가면 몸 좋고, 힘 좋은 애들이 차고 넘친다. 신체 조건이나 체력이 다른데 똑같이 해서는 이길 수 없는 것 아닌가. 방심하는 순간 지금까지 이뤄냈던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 같다.”
매일 제시간에 도착하는 기차처럼 ‘추추 트레인’은 신인 때부터 이어온 자기만의 세밀한 습관들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기록은 바로 그 꾸준함에 따라오는 산물이다.
그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안방경기에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출전해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0-4로 뒤진 1회말 딜런 번디의 한가운데 직구(시속 147km)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팀은 11-12로 졌지만 추신수는 시즌 11호, 통산 200호 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메이저리그 통산 350번째 200홈런이다.
추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역대 2, 3위는 이미 은퇴한 일본인 선수 마쓰이 히데키(175개)와 스즈키 이치로(117개)다. 당분간 그의 기록을 깰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주목할 만한 점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전성기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36세이던 지난해 현역 최다 연속 경기 출루 신기록(52경기)을 세우며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그런데 21홈런을 친 지난해보다 올해 페이스가 훨씬 빠르다. 올해 OPS(출루율+장타력)는 0.938로 지난해(0.810)보다 0.1 이상 높다. 추신수는 타율 0.302로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41점) 역시 조이 갤로와 함께 공동 1위다. 지금 추세라면 2년 연속 올스타전 출전도 바라볼 만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올렸던 전반기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반대로 몸 상태가 좋아 자신감 넘쳤던 후반기에는 부진했다. 이 때문에 추신수가 ‘야구는 정말 모르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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