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 연임후 첫 러 국빈방문
양국 정상 6년여간 28차례 만나… “美 제재에 공동대응” 의견 모아
中, 對美 보복 파상공세 나서
포드에 反독점 위반 277억원 벌금, 희토류 수출금지 거듭 언급
미국과 첨예한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 및 지역 주요 이슈에서 미국의 압박에 맞서 공동 대응하는 행보를 본격화했다. 중국 정부는 또 이날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중국 합작법인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약 277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제재를 강화하는 데 대한 일종의 ‘맞불’ 성격이어서 두 나라의 패권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시진핑 “중-러 관계 신시대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림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러 관계를 신(新)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전했다. 양국 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 전 “중-러 관계 발전에는 한계가 없다”며 “양국 관계를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더 크게 발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는 국제 정세의 어떤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양국이 상대의 핵심 이익과 각자 관심을 갖는 중대 문제에서 서로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진한 우정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미중 무역전쟁, 이란 핵합의 무산 위기, 베네수엘라 사태, 시리아 내전, 북극항로 건설 등 미국이 중-러와 갈등하거나 중-러를 견제하는 주요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국제 및 지역 정세와 안보 안정을 위해 중-러 양국이 공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신시대 전략적 안정성 강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이에 대응하는 중-러 밀착이 더욱 선명해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러 수교 70주년 경축행사 등에 참석한 뒤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해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한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은 시 주석의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이후 6년여간 28차례 만났고 이번이 시 주석의 8번째 러시아 방문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지난해 국가주석을 연임한 뒤 첫 러시아 국빈 방문이다.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밀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 직전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내가 교류하는 가장 가까운 외국 동료이고, 내 마음을 아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 中정부 “희토류 수출 통제해야”
이날 중국 반(反)독점 조사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포드의 중국 합작법인 창안(長安)포드에 1억6280만 위안(약 277억2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 중국 내 한국 기업에 행정 규제권을 동원한 것처럼 미국 기업에 보복성 제재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 대상 블랙리스트에 오른 세계 통신장비 1위 기업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론과의 담합을 의심받는 한국 기업에까지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업들을 조사하고 있고 최대 80억 달러(약 9조4200억 원) 벌금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에 대한 보복이 이뤄지면 한국 기업에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이 외에도 희토류의 미국 수출 제한을 거듭 시사하고, 미 여행 및 유학 자제령을 잇달아 발표하며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4, 5일 희토류 전문가 및 기업가 좌담회에서 “국가가 희토류 수출 관리 통제를 강화하고 희토류 관련 우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걸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건의가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은 첨단기술 제품에 꼭 필요한 희토류를 중국에서 80% 수입하고 있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5일 사설에서 “미국 여행과 유학을 직접 금지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미국과 도박할 수는 없다. 대외 개방은 중국의 변하지 않는 국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또 이날 인공위성 로켓의 해상 발사에 처음 성공하고 ‘항공모함 킬러’인 신형 대함 미사일 ‘둥펑(東風)-21D’ 10발의 모습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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