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23)은 3일 US여자오픈 우승 후 시상식에서 소감을 밝히다 눈시울을 붉혔다. 그 옆에서 영어 통역을 하던 한 여성도 울먹여 함께 주목을 받았다. 이정은의 매니지먼트사인 브라보앤뉴 직원인 재미교포 제니퍼 김 씨(23)다.
김 씨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이정은의 전담 매니저로 반년 가까이 그림자처럼 동행하고 있다. 김 씨는 미국 일리노이주립 시카고대 골프부에서 주장으로 뛴 경험을 살려 이정은의 투어 생활을 돕고 있다. 김 씨는 “선수를 해봐서 골프가 너무 외로운 스포츠라는 것을 잘 안다. 코스 안팎에서 늘 즐겁게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매니저와 잘 맞는다. 편안하게 친구와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다니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동명이인과 구별하기 위해 ‘이정은6’로 출전 중인 이정은은 LPGA투어 데뷔 후 9개 대회에서 컷 탈락 없이 모두 26위 이내에 들었다. 상금 선두 및 신인상 레이스에서도 독주 중이다. 눈부신 성적에 대해 김 씨는 “정은 프로는 목표의식이 강하다. 계획적으로 거기에 도달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미국에서 호텔 생활을 하는 이정은은 숙소를 잡을 때 피트니스 시설도 꼼꼼히 따진다. “정은 프로에게는 웨이트트레이닝이 일상화돼 있다. 틈만 나면 근력 강화에 집중한다. 그 강도가 너무 세서 놀랄 정도다.”
이정은은 평소 스쾃(역기를 어깨에 걸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운동)을 최대 100kg까지 들어 올린다. 이정은 담당 정상욱 트레이너는 “여자 선수들은 한 번에 보통 70kg까지 든다. 이정은은 60kg 바벨을 5회 연속 반복해 들어 올릴 정도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고된 훈련을 견뎌내면 성취감이 커지고 정신적으로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한식 양식 가리지 않고 뭐든 잘 먹는 이정은이 자주 찾는 음식은 쌀국수. 김 씨는 “식성이 비슷해 둘이 가면 4, 5인분을 주문해 먹을 때도 있다. 정은 프로가 체질상 치즈, 수박, 계란, 게 등은 안 먹으려 한다”고 귀띔했다.
이정은이 LPGA투어에서 성공 시대를 연 데는 분야별 전문가들의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브라보앤뉴는 지난해 말부터 ‘러키식스’ 전담팀을 꾸렸다. 심리 상담은 신지애 차준환 등을 맡은 정그린 코치가 담당하고 있다. 이정은은 “최근 긴장 상황에서의 컨트롤 방법에 관한 멘털 트레이닝을 실전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지컬 트레이너 사이토 다이스케(일본)는 현지 대회 때마다 컨디션 관리에 나선다. 스윙 코치는 경기 용인 지산아카데미 이준석 프로다. 캐나다 교포 케빈 오와는 정기적인 화상 통화로 인터뷰 기법 등 영어를 배우며 LPGA투어 공식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영어 표현법도 익히고 있다.
장상진 브라보앤뉴 대표는 “이정은 프로는 긍정적인 성격에 흡수력이 빠르다. 새 환경에 잘 적응한 것 같다”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도 자주 본다”고 전했다.
같은 소속사 선배인 박인비와 유소연도 이정은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US여자오픈 대회 도중이었던 지난달 28일은 이정은의 생일이었다. 유소연이 클럽하우스 이정은의 라커룸에 ‘6’가 새겨진 케이크를 넣어 두었다. 이를 발견한 직후 이정은은 유소연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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