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일자리 막는 규제는 놔둔 채… 금융위 “고용성적표 공개” 은행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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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은행성적 공개뒤 他업종 확대… 전문가 “규제 풀면 일자리 따라와”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들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평가하는 ‘금융권 고용 성적표’를 작성해 공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혁신금융’을 내세운 금융위가 정작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금융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는 완화하지 않고 산업 흐름에 맞지 않게 ‘고용 압박’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시행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6일 금융위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해 8월 발표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평가 대상을 은행 외에 다른 금융업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정부의 ‘일자리 중심 경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권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금융권은 근로 여건이 좋고 임금 수준이 높아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라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 한국금융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과 함께 시중·지방은행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부문별 우수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다. 은행의 직접 고용뿐 아니라 은행이 각 산업에 지원한 자금 규모와 그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까지 측정한다. 개별 은행 사례를 발표하진 않고 은행 전체의 성적을 발표한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통해 새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억지로 쥐어짜내는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규제만 잘 풀어줘도 일자리가 더 생기는데 엉뚱하게 금융회사들에 인건비 부담만 전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신산업인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규제 때문에 성장에 제동이 걸려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규제를 걷어내면 되지만 시민단체 등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신용카드 수수료를 무리하게 낮춘 탓에 카드업계에 해고 한파가 불고 있는 것은 정부발 고용 축소의 전형이다. 일각에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어 인력 수요가 줄 수밖에 없는데, 이런 환경에서 금융사들이 억지로 고용을 늘리면 노동생산성만 떨어지게 된다는 시각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신산업 육성, 규제 완화에 더 힘을 쓰면 일자리는 자연히 따라온다.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는 건 마차를 말 앞에 두는 꼴”이라고 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남건우 기자
#신산업 일자리#고용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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