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 정책은 강력하게 쓰겠다. 그렇지만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
7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하반기 경제 전망을 낙관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경제 위기설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2분기(4∼6월)부터 경기가 개선돼 하반기엔 잠재성장률인 2% 중후반으로 성장률이 올라설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선 한발 물러선 것. 특히 간담회 동안 10차례에 걸쳐 ‘하방(下方)’이라는 표현을 통해 경기 둔화 장기화 우려를 인정한 윤 수석은 경제활력 회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은 “대외여건 탓, 야당 탓만 하고 있다”, “재정 확장을 위한 물타기”라고 비판하며 소득주도성장 포기를 촉구했다.
○ “경제 하방 위험 장기화” 처음 공식화한 靑
윤 수석은 이날 “세계 경제의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앞으로 대외 여건에 따른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회복세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것. 청와대는 그동안 경제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 왔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9일 수석·보좌관회의와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특별대담에서 거듭 “2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에 대해서도 윤 수석은 “하방 위험을 감안하면 고용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하반기로 갈수록 고용 상황은 상당히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야당의 거센 비판에도 경제 낙관론을 고수하던 청와대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비공개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거듭 밝혔던 경기 개선 전망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7일 윤 수석이 간담회를 통해 인식 변화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 바뀐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생각보다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 수석은 “최근 통상마찰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교역과 또 제조업 활동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0.4%)의 원인을 분석해보니 대외 여건의 영향이 60∼70%로 가장 컸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경제 활력을 위한 대책으로 기존 정책 기조 변화보다는 투자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소득불평등이 높을수록 성장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분배지표가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3단계 투자 프로젝트로 10조 원 규모의 투자 확대 보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산업혁신 방향과 전략을 포함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7월에서 6월 발표로 앞당기고 미래차 전략을 8월에 발표하고, 섬유패션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업종별 혁신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어 “물류, 콘텐츠 등 서비스 산업 혁신방안도 하반기 발표할 계획”이라며 “규제혁신을 위해서도 규제 샌드박스, 네거티브 규제 방안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 野 “대외여건 탓 말고 경제정책 바꿔야”
동시에 청와대가 뒤늦게 경제 회복 지연 우려를 공식화한 것을 두고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수석은 “한국은행이 국민계정 기준연도를 바꾸면서 작년 국가채무비율이 기존 38.2%에서 36%로 낮아졌다”며 “정책 여력(policy space)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재정건전성 기준인 국가채무비율 40% 선 유지 정책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통계 산정 방식 변경으로 재정지출 확대 여력이 더 커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차관 출신인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9일 성명을 내고 “경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세계 경제 부진 탓, 추경에 협조하지 않는 야당 탓만 하고 있다. 통계 조작에 가까운 주장”이라며 경제실정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다.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절실한 것은 정책 변경”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 수석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일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경우 추가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에 대해선 “경제가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가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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