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blue bottle)이라는 커피 브랜드가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커피 전문점 앞에 길게 늘어선 장사진(長蛇陣)은 낯선 광경입니다. 블루보틀은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입니다. 지난달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열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블세권’이란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유동인구를 몰고 다니는 블루보틀 덕에 인근 상점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블루보틀 2호점이 다음 달 입점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 부동산 시장도 꿈틀거린다고 합니다.
블루보틀에는 콘센트와 와이파이가 없습니다. 효율과 속도 대신 여유와 소통을 중시합니다. 블루보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대신 단 몇 분만이라도 커피와 멋진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생두 본연의 맛과 가치에 집중해 스페셜티 커피만을 고집합니다.
블루보틀은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립니다. 차고에서 시작했다는 점과 프리미엄을 추구하며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 그리고 파란색 로고까지 애플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까짓 커피가 뭐라고 그리 요란을 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길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소비자층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소비자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까요? 성수점의 아이스 카페라테 한 잔 가격이 6100원입니다. 명시적 비용 6100원 외에 암묵적 비용을 기회비용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가령 4시간을 기다렸다면 4시간의 가치를 비용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지요. 블루보틀 커피를 소비하는 것은 그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보다 편익이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커피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소비합니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수많은 인플루언서의 소개를 통해 블루보틀 마니아층이 형성됐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사진을 올리며 소위 ‘인스타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달 22일 미국 수제 햄버거 체인 ‘인앤아웃 버거’가 서울 강남구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도 열풍이 불었습니다. 2016년 7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미국 수제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Shake Shack)이 생겼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통해 자아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소비에 투영된 겁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것을 구매하려는 현상을 ‘속물 효과(snob effect)’라고 합니다. 블루보틀은 누구나 소비하는 커피가 되는 순간 한계에 봉착하는 역설을 안고 있습니다. 특별함이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블루보틀의 ‘여유만만 콘셉트’는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를 거스릅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켜놓고 몇 시간씩 뭔가를 하는 한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서 ‘여유만만 콘셉트’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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