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우리 와인에 많은 (관세를) 부과하지만 우리는 프랑스 와인에 거의 매기지 않는다”며 “이것은 불공평하며 우리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의 다음 표적으로 프랑스 와인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철강, 알루미늄 등에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국 와인 생산자들은 ‘프랑스에 제품을 가져다 놓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데 이 나라(미국)는 거의 공짜로 프랑스 와인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프랑스 와인도 좋지만 우리도 훌륭한 와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미국은 수입 와인을 알코올 함량과 종류 등에 따라 구분해 병당 5.3∼12.7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미국와인협회에 따르면 EU는 미국산 와인에 병당 11∼29센트의 세금을 매긴다. 무역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EU는 2017년 113억 유로(약 15조1420억 원)의 와인을 제3국에 수출했고 32%는 미국으로 향했다. 반면 같은 해 EU 국가들이 수입한 와인 129억 유로(약 17조2860억 원)의 대부분은 EU 내부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들여왔다. 20% 정도만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수입했는데, 이 중에서도 미국산은 16%에 불과했다. 프랑스는 와인에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EU가 관세를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훌륭하다(outstanding)”고 분위기를 띄웠지만 귀국한 뒤 프랑스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직후 트위터에 “미국 와인은 프랑스에서 팔기가 어려운데 미국은 프랑스 와인을 너무 쉽게 구입한다. 바뀌어야 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술을 좋아하지 않고 정상회담에서도 콜라를 마실 정도지만 2011년 버지니아주 소재 포도주 양조장을 구입하기도 했다. 현재 차남 에릭이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파리기후변화 협약 탈퇴, 무역 관세 부과, 이란 핵협상 파기 등으로 계속 갈등 기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마크롱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당시 우정의 선물로 백악관에 심었던 떡갈나무가 죽은 사실이 9일 알려지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AFP통신은 “두 정상이 함께 심으며 우정을 자랑했던 이 나무는 검역을 위해 방문 직후 옮겨졌으며 그 과정에서 죽었다”고 전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여름철 와인 도둑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고 일간 르몽드가 10일 보도했다. 와인 소비량이 늘어나는 여름철 식당이나 와인 전문가 자택에 잠입해 와인을 훔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유명 식당 지하실에서 와인 320병이 도난당했다. 훔쳐간 와인의 가치는 40만 유로(약 5억4000만 원)에 달했다. 프랑스인들은 여름 직전에 벽, 창문, 문 등을 점검하고 와인 저장고에 볼링 핀을 둬 침입자가 들어올 때 소리가 나게 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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