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초등생에 비상벨 교육
관제센터에 경찰관 24시간 상주… 벨 누르면 CCTV 카메라 작동
현장출동때까지 신고자와 대화…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미리 막아
지난달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은 새벽에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그의 집에 따라 들어가려 한 남성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피의자 검거의 실마리가 잡혔다. 이처럼 CCTV는 사후에 사건 전개 과정을 파악하거나 범인 추적에 쓰이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주택가 골목길 등의 일부 CCTV에는 더 적극적인 용도의 장치가 있다. 비상벨이다. CCTV가 설치된 기둥에 비상벨이 달려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알고 있어도 언제 누르는지,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이는 극소수다. 직장인 김모 씨(28·여)는 “비상벨을 본 적은 있지만 누르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런 궁금증은 5일 서울 동대문구청 7층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풀렸다. 이날 이곳에서 관제센터가 하는 일 등의 설명을 들은 동대문구 홍파초등학교 3학년 23명은 통유리벽으로 구분된 바로 옆 안전체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체험관에는 CCTV용 모니터 두 대와 은색 비상벨이 달린 실물 모양 CCTV 기둥이 있었다. CCTV 비상벨 교육이 시작됐다.
화면에 홍파초 정문 앞이 나오자 “와∼” 하는 탄성을 올리던 학생들은 이어 한 사람씩 나와 비상벨을 눌렀다. 비상벨 둘레에 붉은빛이 돌며 “경찰관을 호출 중입니다”라는 안내음이 들렸다. 동시에 CCTV 카메라가 비상벨을 누른 사람 쪽을 찍자 화면에 학생들이 나타났다. “동대문구 통합관제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음성이 뒤따랐다.
학생들은 “이상한 아저씨가 따라와요”같이 미리 준비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주 방과 후 골목길에서 한 남성이 쫓아왔는데 어떤 할머니가 도와줘서 겨우 집에 왔다는 안혜원 양(9)은 “나중에 또 그런 일이 있으면 물건을 던져서라도 비상벨을 누르겠다”고 말했다. 떨려서 머리가 하얘졌다며 말을 못 하는 학생도 있었다.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동대문경찰서 김진호 경위는 “CCTV 비상벨 신고는 전화 신고보다 신고자 위치 파악이 쉽고 경찰관이나 구청 공무원 목소리가 흘러나와 범죄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관내 CCTV 2003개 가운데 비상벨이 달린 것은 572개다. 2017년 학교 주변이나 치안이 좋지 않은 주택가 등의 CCTV부터 비상벨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비상벨을 누르면 구 관제센터에 상주하는 공무원이나 경찰관과 연결된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자리에서 잠시 기다리세요” “큰소리를 지르세요”같이 안내한 뒤 경찰서나 소방서에 상황을 알린다. 구 관제센터에는 방범 모니터링 전담 공무원 12명이 일한다. 동대문서에서 파견한 경찰관 4명도 6시간씩 교대로 24시간 근무한다.
주민들은 점점 CCTV 비상벨을 의식하고 있다. 지난해 CCTV 비상벨 신고는 모두 71건이었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40건이 신고됐다. 지난해에는 6∼8월에 전체 신고의 46%인 33건이 들어왔다. 몸싸움 목격이나 쓰레기 무단 투기, 불법 주차 등이 많았다. 밤길 여성의 치한 신고는 없었지만 동행 요청은 있었다.
한편 지난해 구 관제센터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2733건의 각종 사건을 해결했다. 살인 등 5대 강력범죄 14건, 음주 소란 같은 경범죄 71건, 청소년 흡연, 음주, 싸움 120건, 화재를 비롯한 재난 관리 400건 등이다.
최광현 관제센터지원팀장은 “유치원이나 초중고교 학생들은 물론이고 최근 주민자치위원회나 부녀회 등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비상벨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벨 교육을 받고 싶으면 동대문구 통합관제센터지원팀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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