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LG CNS의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구광모 ㈜LG 대표이사 취임 이후 비주력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신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경영 방침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인 ㈜LG는 보유하고 있는 LG CNS 지분 35% 이상을 매각하기로 하고 JP모건을 매각 주간사회사로 선정했다. LG CNS는 그룹 계열사의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솔루션 개발 등을 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3조1177억 원, 영업이익 1871억 원의 실적을 냈다.
이번에 ㈜LG가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정부는 지난해 오너 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기업이 자회사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으면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구 대표 등 오너 일가가 ㈜LG의 지분 46.6%를 보유하고 있고, ㈜LG는 LG CNS의 지분을 85% 보유하고 있어 LG CNS의 지분 35% 이상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LG CNS의 내부거래 비중은 62%에 이른다. 시장은 지분 약 35%의 가치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매각은 구 대표 취임 이후 조직 개편에 나선 LG그룹의 경쟁력 강화 조치이기도 하다. LG그룹은 구 대표 취임 이후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고, LG전자가 수처리사업을 매각하는 등 그룹을 주력 사업 위주로 새로 만들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물류회사 판토스 지분 19.9%와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자회사 서브원의 지분 60%를 매각하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SI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한화그룹 SI 계열사인 한화S&C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자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로 사업을 분할했다. 이후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 지분 44.6%를 2500억 원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GS그룹은 GS ITM의 지분 80%를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SK인포섹은 SK㈜ 보유 지분을 SK텔레콤과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넘겼다. 지난달 대기업 계열 SI 업체 50여 곳을 상대로 내부거래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올해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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