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교사 협의회를 통해 수년간 알고 지내온 교육계 지인의 첫마디였다. 그는 교감 시절에도 매일 아이들에게 직접 수업을 하며, 다양한 해외 교육 프로젝트도 참여시킬 만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인물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철저한 현장 중심의 새로운 교육을 외치던 그가 이토록 놀라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조봉한 박사(사진)다.
조 박사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 천재였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고도의 수학적 지식과 재능이 필요한 인공지능 분야의 석·박사 학위를 따고 현장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10여 년간 딸에게 직접 수학을 가르치며 얻은 인사이트를 고스란히 담아,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도록 ‘깨봉’을 만들었다. 그는 깨봉이 입시의 목적으로만 쓰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진짜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깨봉이 운영하는 인공지능 멘토링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조 박사가 주장하는 바가 더욱 선명해진다. 초등학생들은 주중에 깨봉(quebon.tv)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스스로 학습한 후 토요일에 오프라인으로 만난다. 이때 조 박사가 수업하는 모습을 보면 생소한 광경들이 여러 번 펼쳐진다. 중학교 수학에 해당하는 루트가 등장한다. 피타고라스, 삼각함수에 대한 설명을 듣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 박사의 질문에 대답도 척척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공중에 드론이 날아간 상황을 가정하고, 거리와 경사 각도를 직각 삼각형의 형태로 나타낸다. 직각삼각형 변들 간의 관계에 대해 이미 이해하고 있는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각 변의 비율을 활용하여 삼각함수의 기본 원리를 꿰뚫어본 것이다. 대부분이 어려워 포기하게 되는 미적분에 대해서도 조 박사는 수학에 대한 잘못된 관점이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수업 중에는 초등학생답게 웃음과 장난기가 넘치지만 조 박사의 설명에 이어 아이들의 탄성이 터지는 순간 “진정한 기쁨은 진정한 배움으로부터 나온다”는 그의 말이 실감난다. 조 박사는 “깨봉을 통해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하게 되고 그 본질적 의미를 체감하게 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수학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생을 든든하게 받쳐줄 뿌리가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배워온 수학과 조 박사가 이야기하는 수학은 너무도 다르다. 수능과 대입이라는 편협한 목적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의 수학 현실을 흔들고 일깨우려는 그의 집념과 신념이 ‘인공지능수학 깨봉’과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바야흐로 수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는 순간을 목격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인공지능수학 깨봉’의 이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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