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제게 “정치는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고 무섭게 말씀하셨는데, 옆에서 듣던 이희호 여사님이 “왜 이렇게 겁을 주느냐”며 토닥여 주셨다. 이 여사님은 늘 안아주고 보듬어주시던 따뜻한 분이셨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조문 둘째 날인 12일, 공동 장례위원장인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는 이 여사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여사를 “조용하지만 단단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장 전 총리서리와 이 여사는 1958년 대한 여자기독교청년연합회(YWCA)에서 여성 인권 신장 운동을 함께 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장 전 총리서리는 “2002년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낙마했을 때 대통령 내외가 날 청와대로 초청했는데 여사님이 날 보고 우셨다”며 “마음이 참 여린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사님 주장으로 여성부(현 여성가족부)가 생겼다고 믿는다. 여성 인권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 엄청 분노하셨다”고도 했다.
이날 빈소에는 전날에 이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발걸음을 해 조의를 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차남 김홍업 전 의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이 신군부를 이끌던 1980년대 초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후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 이 여사도 전 전 대통령 내외 생일, 명절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축하 난을 보냈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 씨, 김명수 대법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비롯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도 조문했다. 전날에 이어 빈소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여사님 유언대로 한반도 평화가 흔들림 없이 펼쳐지길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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