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美 경제제재 중단해야 대화”… 현지언론 “신뢰할수 있나” 비판
美, 이란 혁명수비대 연계회사 제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일 군사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기 위해 이란을 찾았지만 양측의 첨예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란은 “사태의 원인은 미국”이라고 비난했고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관련 있는 회사를 제재하며 맞섰다.
13일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회담한 후 기자들에게 “하메네이가 ‘핵무기를 제조도, 보유도, 사용하지도 않겠다. 그럴 의도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평화에 대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중동 평화를 위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에는 여전히 날을 세웠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동 긴장 원인은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경제전쟁(제재)이다. 이 전쟁이 끝나야 중동과 세계가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교도통신은 로하니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미국이 원유 제재를 중단하면 미국과 대화의 길이 열릴 것”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일본을 불신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현지 언론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발생한 연기구름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며 ‘전범(戰犯) 아베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맹렬히 비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도착한 테헤란 공항 부근에서 대학생 수십 명이 “아베는 미국의 대리인”이라고 외쳤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에 거점을 둔 에너지 회사 사우스웰스리소시스 경영진 2명에게 제재(sanction)를 가했다고 AFP통신이 13일 전했다.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재무부는 이 회사가 이란 혁명수비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14일 귀국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란 대응 방침을 협의할 계획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3일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미국과 이란 간 중재를 의도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과 이란의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커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려는 시도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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