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는 집배원들이 이달 말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 달 9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잇따른 집배원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우체국 역사상 첫 파업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 투쟁 일정 계획을 발표했다.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마친 우정노조는 24일 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사측과 타결이 되지 않으면 다음 달 9일 오전 1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는 지난해 5월 집배원 토요배달 폐지에 합의했고, 지난해 노사정이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집배원 2000명 인력 증원을 권고했다”면서 “현재까지 노사 합의 사항이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우정노조는 다음 달 1일부터 투쟁 리본과 조끼를 착용하고 일하고 정시 출퇴근에 나서는 등 준법 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면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우편사업에서만 2000억 원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집배원 증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금융(예금)사업과 우편사업을 특별회계로 따로 운영한다. 금융사업에서 이익금이 나고 있지만 이를 중앙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보내기 때문에, 우편사업의 적자를 보전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데 쓰기 어렵다. 이 위원장은 “금융사업 이익금을 우편사업 적자 보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집배원 인력 증원과 근로환경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진까지도 언급했다. 금융사업의 이익금을 우편사업에 쓸 수 있도록 하려면 기재부가 나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기재부가 적자 타령만 하며 인력 증원이란 노사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요구를 외면한다면 대정부 투쟁, 기재부 장관 퇴진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지 물량이 줄었지만 집배원의 근로 조건이 악화된 것은 택배 물량과, 배달 물량 증가의 요인이 되는 1, 2인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집배원 1인당 하루 편지 배달 물량은 740통으로 지난해 4월(794통)보다 줄었지만 같은 기간 소포는 40통에서 42통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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