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흉기를 휘둘러 대피하던 5명을 숨지게 한 조현병 환자 안인득(42·구속)의 범행은 사전에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남경찰청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진상조사팀’은 범행 전 안인득 관련 이웃 주민의 신고 8건 가운데 4건을 경찰이 미흡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팀에 따르면 올 2월 28일 안인득을 신고한 아파트 위층 주민 A 씨(55·여)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안인득이 이상하니 그를 격리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경찰관은 “주민탄원서가 필요하다”며 화해를 권했다.
3월 10일 폭행 혐의로 붙잡혀 있던 안인득을 데려가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그의 형은 “동생이 정신병력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같은 달 12일 안인득은 A 씨의 조카딸인 여고생을 집까지 쫓아가 초인종을 누르며 욕설을 했고 현관문에 오물을 뿌렸다. 출동한 경찰은 A 씨 측이 설치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안인득의 행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A 씨는 다음 날인 13일 “안인득과 다시 만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경찰관은 안인득에게 주의만 주고 돌아갔다. 그러자 A 씨는 진주서를 찾아 민원상담관에게 CCTV 영상을 보여주며 조카딸의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경찰관은 “신변보호 요건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 아파트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에 부탁하라”고만 안내했다.
같은 날 진주경찰서 개양파출소 근무자는 안인득의 폭행 관련 자료 3건을 범죄첩보분석시스템에 입력하며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달았다. 그러나 진주서 범죄첩보담당자는 형사과 처리 사안이라며 ‘참고 처리’만 하고 담당 부서와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안인득의 형은 4월 4, 5일 “동생을 강제 입원시킬 방법이 없느냐”고 경찰에 전화로 물었지만 “사건을 검찰에 넘겼으니 검사에게 문의하라”는 답을 들었다. 결국 A 씨는 안인득에게 중상을 입었고 그의 조카딸은 숨졌다.
진상조사팀은 관련 경찰관 11명을 경남청 인권·시민감찰합동위원회에 넘겨 감찰과 징계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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