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전쟁에 중동 위기까지… 우린 너무 느슨한건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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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대형 유조선 2척이 13일 피격을 당했다. 피격된 유조선 두 척 중 한 척은 일본 해운회사가 임차해 운영 중이고, 나머지 한 척은 노르웨이 선사 소유로 확인됐다. 미국은 즉각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구축함을 현장에 급파했고 이란은 미국의 음모라며 반박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 가운데 중동발 위기까지 겹친 상황이다.

이번 피격 사건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12∼14일 이란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란 지도부는 미국을 믿지 않는다며 아베 총리의 중재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선 호르무즈해협의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전 세계로 반출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오만해 피격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원유 선물 가격은 일제히 2%대 상승세를 보였다. 매일 이 지역을 통과하는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는 전 세계 물동량의 20∼30%를 차지하지만 한국의 경우 70∼8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게다가 호르무즈해협에서 운송을 꺼리는 유조선의 선주나 선사들이 리스크 상승에 따른 할증료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석유 도입원가의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원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정유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 마진이 나빠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과 이란, 이란과 주변 산유국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석유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유 수송루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절실해진다. 수송루트의 안전을 위해선 ‘항행의 자유’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과의 동맹 외교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석유수입업계와 함께 상황을 점검한 결과 피해 위험이 당장 닥친 것은 아니지만 급변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에너지 안보는 경제의 근간이다. 안 그래도 지금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포함해 나라 안팎의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경제 난제 극복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역량을 총집결해야 할 때다.
#미중 무역전쟁#유조선 피격#중동 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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