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예방의학자인 수전 블룸 ‘블룸건강센터’ 창립자는 자신의 책 ‘면역의 배신’에서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면역계를 다시 내 편으로 만들려면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며 그 방법으로 명상을 제안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 명상’이 확산되면서 다시 명상이 주목받고 있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상 효과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데이비드 지글러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신경학부 교수팀은 6주간의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주의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켰다고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 앱 켜놓고 호흡 조절하니 기억력 쑥
연구팀은 18세에서 35세 사이 참가자 59명에게 자체 개발한 명상 애플리케이션(앱) ‘메디트레인’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호흡명상’을 매일 20분에서 30분간 수행했다. 앱이 명상음악과 전문가의 명상 지시를 들려주면 참가자가 이를 듣고 눈을 감은 채 따라 하는 방식이다. 짧은 명상 코너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그 시간 동안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는지 답했다. ‘예’를 누른 사람은 조금 더 긴 명상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아니요’라고 답한 사람의 명상 시간은 다시 단축됐다. 이를 통해 첫날 평균 20초 동안 호흡에 집중할 수 있던 참가자들은 30일간 훈련 끝에 평균 6분간 명상에 집중하는 데 성공했다.
참가자의 뇌 활동과 기억력도 개선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뇌 활동을 뇌전도(EEG)를 통해 검증했다. 자기 통제력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내측 전두엽 피질과 측면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단기기억력도 30% 이상 상승됐다. 지글러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현대 기술로 인해 악화되는 주의력과 씨름하고 있다”며 “우리가 한 일은 전통적인 명상을 디지털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 명상 콘텐츠 속속… 명상 앱 2000개 넘어
미국에서는 이미 유튜브나 앱을 활용한 디지털 명상이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어디서나 명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 무기다. 명상 콘텐츠 전문회사 ‘캄’은 올해 2월 8800만 달러(약 104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매출만 1억5000만 달러(약 1779억 원)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명상 앱 ‘마보’가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명상 관련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앱 장터에 등록된 디지털 명상 앱만 2000개가 넘는다.
미국의 의학계 역시도 디지털 명상의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미국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는 미국의학협회(AMA)와 독점 계약을 맺고 미국 내 의사 및 의대생들에게 다양한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AMA 소속 의사의 절반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다 심하면 의료 사고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문제인데 이를 ‘디지털 명상’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 명상 효과는 여전히 과학적 논란
최근 5년간 미국에서만 연평균 1200건의 명상 관련 과학 논문이 발표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과학적 검증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ST는 지난해 3월 명상의 과학적 근거를 밝히겠다며 명상과학연구소를 설립했는데 당시에도 과학적 기반을 놓고 학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 몇몇 연구에선 과학적 근거가 아직 미약한 데다 심지어 명상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르코 슐로서 영국 런던대(UCL) 교수팀은 2개월 이상 명상 경험을 가진 12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4명 중 한 명꼴로 명상 중에 불안이나 두려움, 왜곡된 감정 등 심리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달 9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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