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인(茶人)들이 마음대로 붙인 미시마(三島)보다 우리는 분장회청사기(粉粧恢靑砂器)라 함이 그 특색을 잘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미술사학자 고유섭(1904∼1944)은 청자, 백자와는 다른 조선 초의 도자기를 분청사기로 이름 지었다. 분청사기는 청자에 분을 바르듯 백토(白土)를 표면에 분장한 후 유약을 입혀서 구워낸 도자기를 일컫는다. 14∼16세기 조선 왕실을 비롯한 관청과 사대부 계층이 즐겨 찾았지만 백자의 인기가 커지자 차츰 기억과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오히려 분청사기는 일본에서 관심이 컸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들에 의해 분청사기가 고급 다기(茶器)로 인기를 끈 것. 이후 구한말 조선에 진출한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분청사기를 앞다퉈 찾으면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 같은 분청사기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이화여대 박물관이 개교 133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분청사기’ 특별전이다. 분청사기의 개념부터 제작 제도, 기법과 조형미 등을 찬찬히 알려준다.
15세기 초까지 활발하게 제작된 상감 분청사기를 대표하는 ‘유로문(柳蘆文) 매병’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도자기 지석인 ‘선덕(宣德)10년명 지석’(1435년) 등 100여 점의 유물이 출품됐다. 태종 17년(1417년) 이후 관청에서 사용할 그릇에는 관사의 이름을 표기하는 정책이 시행됐는데 이를 보여주는 ‘분청사기 인화문 경승부(敬承府)명 접시’와 한글이 적혀 있는 ‘분청사기 귀얄문 어존명 고족배’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19 대학박물관 진흥 지원 사업’에서 일부 지원을 받아 마련됐다. 12월 31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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