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주만에 또 위기론… “10년뒤 장담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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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부문 사장단과 5시간 회의… “1등 유지 무의미, 창업 각오로 도전
미래위한 투자 차질없이 집행” 당부… 6G-블록체인 등 선행기술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이달에만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경영진을 3번 소집하며 위기경영에 나섰다. 이달 1, 13일 반도체(DS)부문 사장단과 회의를 열었고, 14일에는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사장단과 만났다. 17일에는 삼성전기를 방문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현장을 챙기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

이달 초 전자 관계사 사장단을 주말에 긴급히 불러 모아 공격적 투자를 주문하며 위기관리에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에는 ‘창업의 각오’를 주문했다. 14일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사장단을 모은 회의 자리에서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골이 예상보다 깊은 가운데 자칫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과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등 사장단과 오찬을 겸해 5시간에 걸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전날 열린 IM부문의 글로벌전략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선행 기술 및 신규 서비스 개발을 통한 차별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부회장은 이 회의에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M부문은 삼성전자 내에서 스마트폰 제조와 함께 인공지능(AI)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기술, 서비스 개발을 맡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은 삼성전자가 2012년 이후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지만 2013년 32%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은 20%대로 떨어져 있다.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던 중국 화웨이가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당분간 추격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지금과 같은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설파했다. 삼성 소식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 사이에서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역시 휴대전화 시장 1위였다가 몰락한 핀란드의 노키아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꺼내 든 카드는 선행기술 개발과 개방형 혁신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5세대(5G) 통신 이후의 6G 이동통신과 블록체인, 차세대 AI 서비스 현황과 전망은 물론이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방향도 논의됐다. 최근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AMD와 그래픽 프로세서 기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13일에 DS부문 경영진과도 회의를 열었다. 1일에 DS부문 경영진과 회의한 뒤 약 2주 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계속 투자하라고 주문했던 시스템반도체 투자 집행 계획을 직접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반도체 사업의 리스크 대응 체계를 재점검하고, 향후 글로벌 ICT업계의 구도 변화 전망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17일에는 삼성전기를 방문해 세계 ‘톱2’를 노리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도 챙긴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단 및 다른 계열사와도 순차적으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삼성의 위기감과 함께 계열사 사업들을 총괄 조정하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검찰 수사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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