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국회, 공익형 직불제 더 미루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8일 03시 00분


김지식·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김지식·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지난해 9월경 쌀 목표가격 결정에 대한 농업계의 관심이 뜨거워질 무렵 새로운 현안에 대한 논의가 함께 대두됐다. 대통령 제1호 농정공약 이행에 대한 농업계의 요구와 중장기 농정 개혁에 대한 염원이 맞물리면서 ‘공익형 직불제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물밀 듯 밀려왔던 직불제 개편 논의와 쌀 목표가격 결정 문제는 계속되는 국회의 공전으로 잊혀진 지 오래다.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지속된 공익형 직불제 개편 논의는 아직도 재정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것에만 급급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쌀 목표가격 인상과 함께 직불제 개편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쌀에 집중됐던 지원을 다른 작물로 확대하고, 중소농을 배려하면서 농업의 가치를 확대하는 것이 공익형 직불제의 주요 골자다. 지금까지는 식량 생산의 대가로 직불금을 지급했다면, 이제는 농촌사회의 유지와 농업인들의 공익적 기능 창출에 대한 보상으로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개편 기본방향을 확정해 주면, 농업계 논의를 거쳐 개편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개편된 직불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농업계는 목표가격 국회동의제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는 기본 방향에 합의했다. 정부가 밝힌 기본 개편 방향에 따르면 큰 이득을 보지 못하는 대규모 쌀 생산 농가들도 정부가 현장 농업인의 요구안을 수용한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개편 논의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별 진전 없이 여당과 야당의 정쟁 속에 직불제 개편 논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개편 관련 논의가 7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니, 범농업계가 함께 논의할 제반 수순 또한 늦어지고 있다. ‘직불제 개편’안에 대해 정부와 국회, 농업인 단체, 학계가 한데 어우러져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바람직한 개편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이행사항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내실 있게 수렴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 또한 지금 상황에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변동직불제 폐지 이후 쌀 가격과 쌀 수급 안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농민에게는 어떤 준수 의무를 부여할지, 직불금 부정수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할 사항이 많다. 이러한 쟁점에 대해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국회가 하루빨리 개편 기본방향을 확정해 주어야 한다.

직불제 개편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움직여줘야 한다. 국민과 농업인이 행복한 방향으로 우리 농업의 변모를 진정 기대한다면, 국회는 합리적인 대안과 의견 제시를 통해 직불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촉발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지식·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국회#공익형 직불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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