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후로 이달 말 추진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은 결국 공식 무산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G20 정상회의 전후 시 주석의 방한 계획은 없다”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한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구체적 일시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 관계자가 6일 “시 주석 방한은 정해진 것이 없고 실무 협의만 있을 뿐”이라고 하고, 다음 날인 7일 청와대 관계자가 “시 주석이 G20 회의 때 방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는데 정부가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당초 시 주석은 중국의 남북한 상호 방문 관례에 따라 연내 ‘선(先)방북 후(後)방한’이라는 방침을 세우고 정부, 북한과 방문 계획을 조율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방한 일정을 소화하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시 주석의 방한을 염두에 두고 회담 의제를 준비하던 태스크포스(TF)도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방북은 북-중이 당 대 당 관계여서 방한처럼 외교 채널을 통해 의제를 조율한다거나 결정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전했다.
시 주석이 방북을 전격 결정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보다 중국을 선택함으로써 정부의 비핵화 협상 중재 역할이 또다시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G20 정상회의 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북-미 대화 교착 상태를 바라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도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0일경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가진 뒤, 28∼29일 G20 정상회의에서 있을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한 김 위원장의 입장을 한 번 걸러 29일경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전해 듣게 되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방북 결정은 비핵화 국면에서 한국보단 북한 편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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