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대가 2022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뽑는 정시의 비중을 30.3%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교육부가 ‘정부가 주는 재정지원사업 돈을 받고 싶으면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라’고 대학들에 요구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정시 확대와 함께 서울대는 모집군(시기)도 ‘가’에서 ‘나’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변화는 서울대가 원했던 것이 아니다. 서울대는 대학가에서 유명한, 전통적인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지지 대학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선발 비중을 20.1%로 낮춘 이래 한 번도 그 비율을 30% 이상으로 올린 적이 없다. 국내 모든 대학 중 학종을 통한 선발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입학사정관 수도 제일 많다. 정시를 제외한 수시 비중이 70%가 넘는데 그 모든 수시를 100% 학종으로만 뽑는다. 대체 왜 서울대는 그토록 학종을 좋아할까.
학종을 선호하는 대학들의 이야기를 결혼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이들은 ‘중매’가 아닌 ‘연애’ 결혼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시험성적만으로 뽑는 수능 고득점 학생은 마치 엄마가 소개해 준 완벽한 스펙의 소개팅 상대처럼 정량적으로 뛰어나지만 정말 괜찮은, 나와 맞는 상대인지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성적은 좋지만 과연 인성도 좋을지, 재수 등 ‘이탈’을 하지 않고 우리 대학과 끝까지 함께 갈 학생일지 등은 자기소개서 분석, 면접 등을 통해 ‘연애’를 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선발과정에서 사회적 계층 격차를 완화하는 데도 학종이 낫다고 말한다. 예컨대 A라는 학생과 B라는 학생이 있다고 치자. 성적은 A가 1등이고 B가 3등이다. A는 해외 유학을 다녀오고 각종 대회 참여 경험도 있지만 B는 없다. 하지만 A는 가정환경이 퍼펙트한 데 비해 B는 장애가 있는 부모 밑에서 어렵게 자라며 3등이란 성취를 이뤘다. 이런 상황에서 B의 노력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기회를 주려면 학종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대는 수능 확대로 서울대 학생들의 계층 쏠림 현상이 심화될까 우려한다. 지난 대입제도 개편 논의 과정 당시 한 서울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능 확대 시 선발 결과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더니 강남이나 우수 고교 선발 비중이 너무 늘더라”고 걱정했다.
이 얘기를 듣고 본보가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 보니 실제로 그랬다. 정시 비율이 20%였던 2014학년도 입시에서는 강남3구 출신 학생 비율이 145명이었지만, 29%로 늘린 다음 해 입시에서는 그 수가 215명으로 70명(48.2%)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사고 출신 정시 입학생 역시 171명에서 279명으로 108명(63.2%)이나 늘었다.
대학 입시가 ‘좋은 인재의 선발과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종이냐, 수능이냐’는 이분법적 구도를 뛰어넘는 논의가 필요하다. 수능을 30% 이상으로 한다고 해서 ‘복잡성, 고비용, 비리 가능성’이라는 학종의 치명적 단점이 저절로 해결되진 않기 때문이다. 인성을 볼 수 없는 수능 선발의 한계 또한 극복돼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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