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강호 휘문고가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개막한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경기상고를 8-7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1907년 창단한 휘문고는 전반기 주말리그 서울권A에서 1위를 차지한 강팀이다. 이에 비해 올해 재창단한 경기상고는 서울권B에서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초반 흐름은 ‘명품 투수전’이었다. 6회까지 양 팀 선발 투수들은 모두 상대에게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는 철벽투구를 뽐냈다. 고교 투수 최대어로 평가받는 휘문고 에이스 이민호(3학년)는 고비마다 삼진을 빼앗으며 위기를 벗어났다. 경기상고 오른손 투수 이준기(2학년) 역시 6회까지 단 1안타만 허용하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양 팀은 7회에 들어서야 첫 점수를 얻었다. 경기상고는 7회초 2사 3루에서 1번 타자 문보성의 2루수 앞 땅볼 때 상대 실책을 틈타 선취점을 얻었다. 휘문고는 7회말 3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집중시키며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8회에는 한 점씩을 주고받아 여전히 휘문고의 3-2 리드였다.
진정한 승부는 9회 이후에 벌어졌다. 경기상고는 에이스 이민호가 물러난 휘문고 마운드를 마음껏 유린했다. 문보성의 2루타에 이은 안진과 김서진, 박성재의 적시타 등으로 대거 5득점하며 단숨에 경기를 7-3으로 뒤집었다. 대회 첫날부터 대이변이 일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9회말 또 하나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휘문고는 상대 포수 안진의 실책을 틈타 한 점을 따라붙었다. 곧이어 4-7로 뒤진 1사 1, 3루에서 문상준이 경기상고 4번째 투수 김태욱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극적인 동점 3점 홈런(비거리 105m)을 쏘아 올렸다. 휘문고는 연장 승부치기에서 박성준의 끝내기 안타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번 대회는 결승전을 제외하고 경기가 연장에 돌입할 경우 주자 두 명을 1, 2루에 진루시킨 상태에서 시작하는 승부치기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날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낸 문상준은 자신의 홈런에 취하기보다는 3회 저질렀던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다짐을 되뇌고 있었다. 유격수인 그는 3회 수비 때 평범한 땅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는 “너무 긴장하다 보니 안 했어야 할 실책을 했다”며 “내 장점이 수비라고 생각하는 만큼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펼쳐진 다른 경기에서도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가 속출하며 고교 야구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신월야구장에서 벌어진 마산고와 배명고의 경기에서는 0-5로 뒤지던 배명고가 4회말에만 대거 7득점하며 8-5로 역전승했다. 시종일관 치고받는 화끈한 공격전을 벌인 인천고와 광주동성고의 경기도 4차례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한 끝에 광주동성고가 8-6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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