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서도 익살… “후회 없고 이젠 방학 즐기고파”
이광연 “K리그 돌아가서 최선”… 정 감독 “선수들 있기에 이 자리”
“누나가 2명 있는 걸로 아는데…. 소개해 주고 싶은 형이 있나요?”
사회자의 짓궂은 질문에도 ‘명랑 소년’ 이강인(18·발렌시아·사진)은 웃음을 보였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그는 “진짜 솔직히는 아무도 소개해 주고 싶지 않은데…. 꼭 해야 한다면 전세진 형이나 엄원상 형요. 나머지 형들은 다 비정상이에요.”
이강인의 답변에 행사장을 찾은 ‘누나 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비정상이란 말을 들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형들도 싫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김정민(20·오스트리아 FC리퍼링)은 “스페인 생활을 오래한 강인이가 한국말이 어눌한데 그것까지도 너무 귀엽다”라고 말했다.
‘즐기는 축구’로 한국 남자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사상 최고 성적(준우승)을 달성한 대표팀의 환영행사는 유쾌함이 가득했다.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표팀은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한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인한 피로에도 선수들은 밝은 얼굴로 팬들 앞에 섰다. 평일 낮임에도 인천공항에는 300여 명의 팬이, 서울광장에는 1000여 명의 팬이 모여들었다.
선수들은 새 역사를 쓴 동료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주장 황태현(안산)은 “선수 생활을 하며 많은 팀을 겪어 봤지만 이번 팀의 분위기가 가장 즐겁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우승을 못 했다는 것보다 우리 팀의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약점을 보완하면 언젠가 (성인)월드컵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선방을 선보여 ‘빛광연’으로 떠오른 골키퍼 이광연(강원)은 “귀국 후 실제로 팬들에게 ‘빛광연’이란 말을 들으니 뿌듯하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K리그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골 4도움으로 최우수선수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거머쥔 이강인은 “처음 목표를 우승이라고 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이강인은 “대회가 끝났으니 이제는 방학을 즐기고 싶다”며 싱긋 웃었다. 이강인은 약 한 달간 휴식을 취한 뒤 소속팀 발렌시아로 복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쌤’(감독 선생님의 줄임말)으로 불리며 선수들과 함께 기적을 만든 정정용 대표팀 감독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면서도 결승전을 복기했다. 그는 “결승전 당시 날씨가 습하고 더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다. 내가 전략적으로 했으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선수들이 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헹가래로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서울광장 행사에서 주장 황태현은 “우승을 못 해서 감독님께 헹가래를 못해 드렸다. 선수들이 이 자리에서 헹가래를 해드리고 싶다는 뜻을 모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수들은 손사래를 치는 정 감독을 무대 가운데로 이끌어 세 차례 힘찬 헹가래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선수들은 정정용 감독의 이름으로 즉석에서 삼행시를 짓기도 했다. 고재현(대구)은 “‘정’말 훌륭하신, ‘정’정용 감독님, 사랑해‘용’”이라고 말하는 재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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