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시에 염증을 느껴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 현상은 농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어요. 인공지능으로 오이를 분류하는 기계를 만든 일본 농부 고이케 마코토 씨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자동차 회사에서 설계자로 일하던 고이케 씨는 도시 생활에 싫증을 느껴 2015년부터 부모님의 오이 농장 일을 돕기 시작했어요. 자, 고이케 씨의 흥미 있는 귀농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스마트폰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농장에
귀농 이후 고이케 씨는 오이를 분류하는 작업에 큰 문제를 느꼈어요. 오이의 크기와 두께, 색깔, 질감, 흠집을 일일이 살피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그러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본 고이케 씨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오이 분류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개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사용법을 공부한 뒤 수많은 오이 사진을 직접 찍어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학습시켰어요. 그러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비슷한 오이끼리 분류할 수 있죠.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 오이 분류기는 정확도가 70%에 달해 일손을 크게 덜었답니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농장을 ‘스마트팜’이라고 해요. 농촌진흥청도 작년 2월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2세대 스마트팜을 올해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요. 스마트팜의 형태는 게임을 하듯 스마트폰을 터치해 원격으로 물을 주는 농장부터 로봇을 쓰는 농장까지 다양하답니다.
실제 농장들은 스마트팜 기술로 폭염 같은 피해를 예방하고 있어요. 최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양승환 수석연구원이 개발해 경기 화성시의 포도 농가 50곳에 적용한 원격 제어 기술이 대표적이에요. 이 기술은 온도와 습도 등 6가지 정보를 센서로 측정하며 폭염과 한파, 장마 등으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면 알람을 보내요. 농부는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물을 뿌리는 등의 명령만 하면 피해를 피할 수 있지요. 이 기술로 키워 지난해 8월에 처음 수확한 포도도 폭염 피해를 비켜갔어요.
축산 농가도 이 기술이 절실해 충남 당진의 한 농장이 도입하기로 했어요. 동물농장은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동물이 열에 약해 더위에 따른 피해가 커요. 양 연구원은 “높은 온도에 몇 시간 노출되면 닭은 수만 마리, 돼지는 수백 마리가 죽는다”며 “이때 스마트팜 기술로 문만 열어줘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답니다.
○ 식물의 속사정 알아내는 나노공학자의 도시 텃밭
2017년 서울대 기계공학부 이정훈 교수팀은 ‘텔로팜’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식물의 생체 정보를 파악하는 칩인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을 개발했어요. MEMS는 환경 센서 등에 쓰기 위해 매우 작게 만든 기계로 10억분의 1m의 크기를 다루는 나노기술이 필요해요. 텔로팜은 서울대 근처 텃밭에 ‘도시농업연구소’를 짓고 MEMS를 이용해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지요.
MEMS를 줄기에 꽂으면 식물이 물과 비료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요. 식물은 뿌리에서 물과 비료를 흡수한 뒤 물관을 통해 잎까지 옮겨요. 물은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에 사용되지요. 이 양분은 비료와 합쳐져 체관을 통해 몸 곳곳으로 퍼져요. 특히 식물은 열매에 최대한 많은 양분을 저장하려 하기 때문에, 광합성을 많이 할수록 맛있고 큰 토마토를 얻을 수 있지요.
이 교수팀은 MEMS를 줄기의 물관에 꽂아 물관을 지나는 비료와 물의 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요. 비료는 전기를 띠기 때문에 MEMS가 측정하는 전류의 크기가 클수록 비료가 많다는 의미예요. 또 MEMS는 열을 발생시킨 뒤 열이 식는 속도로 물의 속도를 재요. 열이 빨리 식으면 물의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지요.
MEMS로 물의 속도와 비료의 양을 알아내면 크고 맛있는 토마토를 만들 수 있어요. 햇빛이 강할 때 광합성이 최대한 많이 일어나도록 물과 비료를 부족하지 않게 줄 수 있거든요. 반대로 햇빛이 적을 땐 불필요한 물과 비료를 주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어요. 이를 정밀하게 측정하지 못하는 보통 농가는 물과 비료를 30% 정도 버리지만, 도시농업연구소는 낭비하는 양이 거의 없답니다. ○ 극한 지역에 씨를 뿌리다!
작년 5월 브로콜리 씨앗 6개가 미국 버지니아주 왈럽스섬에서 출발한 우주선 ‘오비털 ATK 시그너스’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어요. 이 씨앗들은 우주 농업 연구에 쓰일 거예요. ISS는 2015년부터 ‘베지’라는 농장에서 상추와 토마토 등을 키우고 있어요. 태양빛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대신하고, 흙이 필요 없는 수경재배 방식을 사용해 비료와 물을 주지요.
하지만 우주 농사는 쉽지 않아요. 중력이 매우 작아 식물이 필요로 하는 물과 비료를 구석구석까지 전달받기 힘들지요.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브로콜리 씨앗 표면에 미생물을 씌웠어요. 이 미생물은 공기 중에서 질소를 먹은 뒤 식물에게 필요한 비료로 바꿔요. 이 비료는 식물이 흡수할 수 있지요.
연구팀이 참여한 워싱턴대 섀런 도티 교수는 2016년에 식물이 미생물의 도움을 받으면 가뭄과 같은 나쁜 환경에서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도티 교수는 중력이 작은 공간에서도 미생물이 식물에서 잘 성장할지 확인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ISS에서 여러 농업 실험이 이뤄졌지만 미생물을 이용하는 연구는 처음이랍니다.
한편 사막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연구자도 있어요. 노르웨이 과학자 크리스티안 올레센은 기후 변화로 가뭄이 잦아지고 각종 개발로 삼림이 파괴되면서 진행되는 사막화의 대안으로 사막 농업을 연구하고 있어요.
2017년 12월 올레센은 아랍에미리트의 한 사막 농장에서 콩을 키우는 실험을 시작했어요. 사막은 물을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모래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부족해 물을 오랫동안 머금지 못해요. 모래에 물을 부으면 물이 금세 증발되거나 모래를 통과해버리지요. 올레센은 모래를 식물이 자라기 좋은 흙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나노 크기로 만든 진흙 입자를 물에 섞어 ‘나노 진흙’을 만들었지요. 나노 진흙을 모래와 합치면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강해져 물을 더 오랫동안 머금을 수 있어요. 올레센의 실험 결과 나노 진흙을 쓴 농장은 물을 50% 이상 절약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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