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자기의견 숨기는 건 해악… 일단 일 저질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9일 03시 00분


직원에 벤처정신 불어넣는 아마존의 노하우 분석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기업도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성장하는 ‘벤처 정신(venture spirit)’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벤처 정신은 기업이 주입식으로 교육해서 키울 수 있는 자질이 아니다. 더군다나 기업이 벤처 정신을 키워냈다고 해도 그런 정신이 강한 직원은 결국 조직을 떠나 자기만의 모험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구성원들의 도전 정신을 북돋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아마존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독특한 조직 문화와 환경 조성을 통해 조직원들에게 벤처 정신을 불어넣는 아마존의 노하우에 대해 분석했다. DBR 274호(6월 1일자)에 소개된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변치 않는 분명한 가치의 추구

아마존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자는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물건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아마존이 추구하는 고객 중심 가치의 구체적 내용 중 하나다.

아마존도 처음에는 다른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물류창고와 기존 배송업체를 사용했다. 하지만 남한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광활한 미 대륙의 크기 때문에 배송은 최대 일주일이나 걸렸다.

이를 단축하기 위해 아마존은 세계적으로 170개가 넘는 풀필먼트(fulfillment·주문이행·고객의 요구에 맞춰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수거해 포장 및 배송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센터를 건설했다. 최첨단 풀필먼트 센터에는 이 회사가 2012년 인수한 독일 키바시스템스(Kiva Systems·현재 아마존 로보틱스)의 물류 로봇들이 쉬지 않고 일한다.

이 밖에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아마존 프라임 에어)에 대한 연구 역시 6년째 지속하고 있다. 아마존이 이처럼 물류 혁신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소비자에게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물건을 배달한다’는 고객 중심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 공통된 가치 아래 집결되는 전문가 집단

아마존에는 인종, 성별, 나이,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모이지만 3∼4시간 정도의 오리엔테이션 외에 신입사원을 위한 별다른 연수 과정이 없다. 회사의 가치를 표어로 제창하거나 코칭을 하는 경우도 없고,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하는 상사도 없다. 사원들이 일하는 방식도, 출퇴근 시간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런데도 회사가 문제없이 돌아가고 성장하는 이유는 바로 아마존이 집요하게 추구하는 가치(고객 중심)가 이들을 한데로 집결시키기 때문이다.

아마존 사원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겨우 1년 반 남짓에 불과할 만큼 매우 짧다. 하지만 직원들은 자신들이 아마존이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근속 기간을 막론하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아마존이 더욱더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힘쓴다. 이처럼 조직이 공통으로 믿고 추구하는 가치는 인재들의 서로 다른 전문성을 한곳에 집결시키는 힘을 가진다.

○ 실패를 허용하는 환경

아마존은 다양한 전문가의 능력과 잠재력이 조직 내에서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와 시도, 그에 따른 실패가 허용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우선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하고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갖추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특히 14가지 리더십 원칙에 ‘강골 기질’을 넣을 만큼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것을 회사의 해악으로 여긴다. 회의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토론장이다.

또 누군가가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이미 설명한 내용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해서 눈총을 받는 일도 없다. 말하는 사람과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나머지 대다수는 수동적으로 따라야 하는 환경에서는 생각과 결정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 구성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직급, 나이 같은 위계질서 때문에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조직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아마존에서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해 포스트잇에 익명으로 아이디어를 쓰게 한 뒤 비슷한 것끼리 취합해 벽에 붙이고 토론하는 방식을 즐겨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아가 아마존은 구성원들이 더 다양하고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실패에 관대한 회사를 지향한다.

아마존은 기존 사원은 물론 단 3개월 근무하는 대학생 인턴들까지도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마음껏 저질러보기를 최대한 장려한다. 분기별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자발적으로 한 사원을 뽑아서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상을 주기도 할 정도로 언제나 ‘행동주의’를 강조한다. 새로운 시도의 목적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한다면 실패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아마존은 ‘실험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실패를 수반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실패의 비용이 가장 적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에게 실패는 잘못된 결과가 아닌, 혁신과 성장을 위한 당연한 과정이다. 아마존에서 새로운 시도가 언제나 옳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 대표 jj@ezion-global.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벤처정신#아마존#it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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