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일군 회사 보는 뇌반응은… 부모가 자녀볼때 감정과 비슷해
사회적 의사결정에 둔감해지고… 위험판단-평가 객관성 떨어져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밤낮으로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통상적으로 신생 기업의 창업자는 회사가 고용한 일반 직원보다 많이 일한다. 평균적으로 60% 긴 시간 근무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희생적 태도의 원천은 자신이 일궈낸 기업을 마치 자기 자식같이 여긴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흔히들 비유하듯이 창업자가 회사를 바라보는 감정이 정말로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닮아 있을까? 또 그런 마음은 바람직하기만 한 걸까? 핀란드 한켄경제대의 톰 라티 교수 연구팀은 신생 기업의 창업자들과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들의 뇌 반응을 각각 살펴 비교해 본 후 그 결과를 최근 경영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업력 12년 이하 젊은 기업의 창업자 21명과, 12세 이하 자녀를 둔 21명의 아버지를 실험 참가자로 섭외했다. 이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각각 자신의 회사에 관련된 사진 또는 자녀의 사진을 보여준 뒤 뇌의 활성도 변화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관찰했다.
관찰 결과 창업자가 자신이 만든 기업과 관련된 사진을 볼 때, 그리고 부모가 자녀의 사진을 볼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이 비슷했다. 보상(報償)과 연관돼 있다고 알려진 줄무늬체 부분의 활성도가 증가한 것이다. 반대로, 창업자가 타인이 만든 기업의 사진을 보거나 부모가 다른 아이의 사진을 볼 때는 불편함을 자각하는 부위로 알려진 뇌섬엽의 활성도가 동일하게 증가했다. 이는 기업의 설립자가 자신의 회사를 향해 갖는 정서적 반응이 부모가 자녀에게 느끼는 애착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또한 창업자나 부모가 자신감에 차 있는 경우 뇌에서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 영역이 덜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와 부모가 각각 자신의 기업과 자신의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면 할수록 사회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측두 두정 연접부의 활성도가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즉, 회사나 자녀가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생각할수록 그에 대한 위험 판단과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야전침대에서 자는 머스크의 경우처럼 창업자가 회사에 대해 느끼는 강한 애착은 오롯이 기업에 대한 희생과 헌신으로 이어져서 초창기 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또 리더의 이런 헌신적인 노력은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신적 토대가 되며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 속에서 창업자의 지나친 애착이 기업의 성장에 ‘독(毒)’이 됐던 경우도 많이 지켜봤다. 뇌 활동 영상 연구로 살펴봤듯이, 기업에 대한 창업자의 애착이 각별해 자신과 동일시하면 할수록 그의 뇌는 본인의 회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한다는 사실 또한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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