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이어 지난달 출시된 쥴, 릴베이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전자담배 4종을 실내에서 피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측정한 결과, 4종 모두(m³당 437∼7568μg)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올해 3월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최고치(m³당 135μg)를 3∼56배나 넘었다.
최근 판매되는 신종 전자담배들은 냄새가 거의 없어 실내와 길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우는 흡연자가 늘고 있는데, 이처럼 유해한 초미세먼지로 비흡연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흡연자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인식하고 금연의 대체재로 전자담배를 찾고 있지만 이를 뒤집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전자담배 이용자들이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기관지 유전자 변이가 6배 더 많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신종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는데도 국내에선 이를 규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피우거나 흡입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담배로 규정한다. 담배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들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이런 신종 담배들은 제품 위해성이나 유통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며 경고 그림과 문구를 넣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기존 담배에 적용되는 담배소비세, 건강증진부담금 등의 세금도 훨씬 적게 부과된다.
정부는 흡연을 조장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신종 전자담배들도 일반담배와 똑같이 관리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제조 방식이나 성분에 따라 세금을 달리 매기는 현행 담배 과세 체계도 손봐야 한다. 국민 건강, 생명과 직결된 금연정책은 아무리 강도를 높여도 부족하다. 관리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신종 전자담배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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