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교섭단체 3당의 국회 정상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그제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 소집은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당이 없어도 국회 문을 여는 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의 동의가 없으면 본회의 일정조차 잡을 수 없다. 6월 임시국회는 ‘한국당 패싱’으로 문만 열어 놓는 것이다.
임시국회가 열려도 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원회 7곳은 회의를 열기 어렵다. 정부·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도 한국당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장이 상임위 운영을 거부할 경우 다른 교섭단체 간사가 위원장 직무대행을 할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을 들어 한국당 없이 상임위를 강행하겠다고 했지만 국회 파행의 또 다른 불씨만 제공할 공산이 크다. 이런 식이면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입법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미중 무역전쟁과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으로 대외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태다.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은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된 지 두 달 가까이 계류돼 있다. 추경안을 놓고 여야는 장외 공방전만 벌이고 있을 뿐 세부 심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두 달 전에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에 대한 처벌 유예기간이 끝났지만 국회는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은 아직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임시국회가 ‘반쪽’ 국회가 안 되려면 여야가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여야 모두 내부 강경파에 휘둘리기보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 막판 쟁점이 된 경제청문회 개최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별도의 청문회가 아니더라도 주무 상임위 연석회의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지면서 이기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임시국회를 강행해 일방이 독주하는 제2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가 벌어져서야 되겠는가. 국회 파행의 책임을 놓고 벌이는 정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