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완성차 회사인 PSA그룹으로부터 푸조·시트로엥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한불모터스는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는 다소 독특한 회사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다수 수입차는 글로벌 본사가 한국에 ‘○○코리아’라는 지사를 만들어 판매한다. 하지만 2002년에 설립된 한불모터스는 여전히 수입사로 남아 국내에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도 PSA그룹이 한불모터스를 파트너로 인정해 직접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연간 1056대를 팔았던 한불모터스는 지난해 연간 5531대를 판매하며 5배 가까이로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 한불모터스 본사에 있는 옥상 테라스에서 만난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62)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수입차 업체임을 강조하며 “우리는 고용창출은 물론이고 세금도 국내에 꼬박꼬박 내는 토종기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1986년 코오롱상사에서 BMW를 수입하며 자동차 업계에 뛰어든 송 대표는 외환위기 당시 수입차 시장이 위축됐을 때도 업계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2000년 평화자동차에 입사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평화자동차 시절 북한을 3번이나 다녀왔다는 그는 “평화자동차는 김대중 정부 때 북한에도 조립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다. 평양, 옌볜, 신의주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차량 테스트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항만시설도 없고, 전력 공급도 안 됐다. 심지어 컨테이너박스를 내려놓으면 그걸 그냥 가져가 버리는 경우까지 생겨 사업이 쉽지 않았다. 새로운 사업에 나선 그는 푸조를 수입해 판매하려고 했다. 500쪽 분량의 보고서와 300쪽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들고 프랑스로 가서 국내의 대기업들을 제치고 투자의향서도 받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 정서상 푸조는 통일교의 자본이 들어간 평화자동차와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송 대표는 결국 회사를 나와 직접 회사를 차려 푸조를 수입하게 된 것이다. 회사 이름도 한국과 프랑스를 합친 ‘한불모터스’로 정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한불모터스는 워크아웃을 겪기도 했다. 본인과 임원들의 임금 삭감은 물론이고 일부 직원은 회사를 떠났다. 송 대표는 “사람의 소중함과 회사가 장기 성장을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살아남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직영 PDI센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PDI센터는 수입 차량과 부품을 보관하고 고객에게 인도하기 전에 각종 점검 및 관리를 하는 곳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 과정을 대부분 외주를 준다.
하지만 한불모터스는 직접 운영하고 있다. 차량 판매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해 고객만족을 높이겠다는 원칙에서다. 현재 한불모터스는 230억 원을 들여 경기 화성에 제2 PDI센터를 만들고 있다. 부품 공급이 늦다는 고객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도에 푸조·시트로엥 박물관도 열었다.
수입차 업체 최초로 제주도에서 렌터카 사업도 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제품을 직접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송 대표는 “한불모터스 직원 153명 모두 정직원이다. 토종 수입차 기업으로서 직원과 기업, 사회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경영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0